밤에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다짐한다. 아무도 보지 않을것처럼 적겠다. 오늘의 기분과 생각 중에 가장 후진 것들을 모아 이곳에 남길 것이다. 이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내 감정의 림프선 쓰레기통이다. 그런데 남들에게 숨기기 바빴던 꼬이고 엉킨 내 생각을 풀어내서 더 건강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자며 몇 자 적어내기가 무섭게 곧 귀찮아진다.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면서 누가 읽을 것처럼 자꾸 단어들을 골라 담기 때문이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