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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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쓰기를 노골적으로 권유하는 작가가 있었을까. 김영하 작가는 웬만하면 하지말라고 했던 것 같고 박완서 작가는 독자로 살아도 무방하면 그게 더 좋은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장강명의 귀가 솔깃해지는 권유를 듣고 있노라면 후회하느니 그냥 하루에 200자 원고지 30장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심정이 된다. 다양한 기법에서부터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까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원할 법한 내용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장강명 작가가 다루는 주제가 가장 트렌디한 주제이니 그가 다음 책은 어떤 것으로 들고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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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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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유장한 호흡의 소설을 읽은 듯하다. 전자책으로 600페이지가 넘는데 200페이지는 읽어야 그 호흡에 적응이 되었다. 특별한 사건이랄 것이 없고 건축, 자연, 음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 젊은 건축가가 노장 건축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듯해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문체가 떠올랐지만 그렇게 비슷한 것도 아니었다. 특이한 분위기의 소설. 너무 길어진 느낌이지만,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했던지 결말로 갈수록 애틋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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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피아노 조율사의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CABOOKS(CA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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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조율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숨어있는 중국집을 탐방한 이야기. 중국음식 이야기, 전문적인 피아노 조율 이야기, 이와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 중간중간 자주 나오는 만화가 잘 아우러져 있다. 기획이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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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켜 문단에서 소외되었던 최영미가 sns를 매개로 부활해 결국 일인출판사를 차려 책들을 펴내고 있다. 최근 시집인 바로 그 '공항철도' 혼자 모든 것을 다 처리해야 하는 시인의 고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마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술술 읽히는 시집을 근래에는 찾기 힘든데 이 시집은 술술 읽혔고 '잔치는 끝났다'고 외치던 그가 지난 삼십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그 때 그 감성을 지니고 있어 좋았다. 모든 삶의 중요 순서를 문학 하수로 두고 오로지 문학만을 위해 살아온 것이 한껏 묻어나는 그의 작품들이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세월이 더 많이 흘러도 여전히 그때 그곳에서 자신만의 감성을 오롯이 지닌 채 꾸준히 작품을 길어올리는 그를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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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임계장'이 임씨 성을 가진 계장님인가 했었다. 알고 보니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었다. 이 책은 저자인 조정진 씨가 공기업을 퇴직하고 60세부터 63세까지 임시 계약직을 전전하면서 겪은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고발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소위 에세이 시대를 맞이해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 많은데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들과 함께 분류될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그 처참함이 너무 충격적이라 나이브하게 이 책을 그런 책들과 함께 분류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읽어가면서 십오년만의 타향살이를 접고 귀국해서 겪었던 일련의 일들이 떠올랐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오랜만에 복귀한 직장에서 왜 그리 분위기가 험악해졌는지, 마트나 아파트 등에서 마주치는 노동자들이 왜 그리 한결같이 불친절한지, 왜 험악한 표정과 무례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시기가 IMF이후였다고 한다면, 더 심화된 것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 이후였다고 한다면..이로부터 10년, 2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 점점 심화된 이 사태들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말도 안 되는 노동 조건 아래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늙은 소'처럼 묵묵히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임계장'이 비단 임시 계약직 '노인장'만이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일이라, 읽으며 목이 메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렇듯이 책의 의도와는 다른 사항들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은 임시 계약직 노동자의 노동일지이며, 따라서 비인간적인 근무 조건과 환경에 집중해서 읽어야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책에는 한국사람들만이 지니는 특이한 사항들이 있었다. 개인적인 세세한 사항들은 나와 있지 않지만 저자는 자녀의 학비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과 빌딩 경비원이라는, 격일로 24시간 근무를 해야하는 일을 동시에 했다. 그의 자녀들이나 배우자가 그의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자녀들은 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을까 등등이 궁금해졌다. 책에 나온 바로는 저자는 대학교 3학년인 대학생 자녀의 학비와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자녀의 학비 마련을 위해 임시 계약직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 학비와 대학원 학비는 자녀들 본인이 감당하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물론 저소득층의 자녀들이 빚만 한껏 지고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넋두리도 많이 들리지만 미국만 해도 이 일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자본의 논리인 것 같지만 버락 오바마도 미셸 오바마도 다들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아이비리그를 졸업했고, 버락 오바마도 그의 저작들이 빛을 봤기 때문에 마흔도 훌쩍 넘은 나이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 학비는 한국의 몇 배라 더 어마어마한데도 그들은 그것을 부모에게 미루지 않고 당연히 본인이 짊어져야 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소득층에서는 그러지 않겠지만 그것은 논외로 해야한다.) 


만 18세가 되면 자녀가 부모의 집을 나와 독립을 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다면 조정진 씨의 삶이 조금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집 자식들은 안 그러는데 내 자식만 그러라고 하기 미안해서, 다들 자녀가 중고등학교 때는 학원에 보내고, 대학교 때는 학비를 대주고, 결혼 시기가 되면 기둥 뿌리를 빼서 결혼자금을 대기 위해 이렇게 임시 계약직 노동자가 된다. (거칠게 말하면 그렇다고 해두자.) 그들이, 부모들이 만 18세가 넘은 자녀들에게 집세와 생활비를 받지 않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비, 용돈을 대 주는 것을 당연시 하는 이 문화가 가볍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임계장들을 더 많이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다소 외람된 생각을 해 본다.  결혼비용도 대부분 부모가 부담하고 나중에 자녀가 낳은 손주들까지 돌봐야 하는, 이 가족 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구조가 아니 죽을 때까지 자식을 거두어야 한다는 부모들의 뼈 속 깊이 박힌 생각들이 바뀌지 않는 한 더 많은 임계장들이 거리로 나와 그들의 일자리는 더 열악해질 것이다. 이 구조가 더 많은 임계장을 양산하고 더불어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게 한 것은 아닌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계장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누가 보나 뻔하다면 누가 부모가 되려고 하겠는가. 


전태일도 다시 울고 갈 임계장 이야기에 괜히 한국의 답답한 가족 구조가 떠올라 한껏 더 마음만 답답해졌다. 무엇이 더 먼저이고 무엇이 더 나중일까. 무엇이 더 문제고 무엇이 더 시급한 걸까. 모든 것이 문제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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