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어쩌면 차악을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까,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 가장 덜 해로운 사람을 찾는 것,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 - P174
'고대부터 현재까지 구술과 문자에 관한 생각'이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되다. 이 책의 의도는 '그리스 구술성이 그리스 문자성으로 탈바꿈한 때를 하나의 그림으로 통합하여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하나의 그림으로 통합하기 보다는 너무 시적으로 나아간 것이 아닌가 싶고, 마셜 맥루언의 '구텐베르크 은하계'나 월터 J.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얼마나 잘 쓰여진 책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디지털 세상의 구술성과 문자성에 대한 날카로운 혜안을 기대했으나 조금 아쉽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을 버리고 대신 몽상의 영과 불길 같은 바람을 들여놓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삶은 우리를 잠시도 넣아주지 않는 삶이다. - P16
절창이다!! 아무 생각없이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고 실제 십대들의 리뷰가 궁금해졌다. 나 또한 작가의 우려처럼 기성 세대이니. 십대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의도와 생각처럼 그래도 쓰여지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보고 그가 힘들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황정은 소설의 다른 버전 같기도 하다. 전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주같다. 걸출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