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Key (Paperback)
De Rosnay, Tatiana 지음 / Griffin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2년 6월 프랑스에 평화롭게 살던 유태인들이 새벽녘에 끌려가 결국 아우슈비츠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의 일제강점 시기나 625처럼 서구인들에게 아우슈비츠는 영원한 화두이다.

나치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프랑스경찰이 새벽에 사라의 집에 와 사라와 사라엄마를 데려간다. 그 와중에 숨어있던 아빠도 같이 가게 되지만 사라는 동생 미첼을 자신들이 숨기놀이를 했던 찬장에 숨겨놓고 문을 잠근 열쇠를 들고 나온다. 그래야 동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얼른 돌아와 동생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사라는 사라대로 뿔뿔이 흩어져 결국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지만 자신을 아는 경찰을 만나 겨우 사라만 탈출해서 친절한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위험한 파리 시내로 돌아와 집의 찬장을 열지만 역시나 동생은 누나를 기다리다 굶어죽은 상태로 발견되고..그 이후에 도움을 받았던 프랑스인에게 입양되어 십년을 살고 새로운 삶을 위해 미국으로 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되고 하지만 남편과 아들로도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사라의 열쇠가 말 그대로 열쇠가 되어 여러 실마리를 남겨주어 사라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게 되는데 사고로 알려졌던 사라의 죽음은 결국 자살로 판명되고 유서도 발견이 된다. 그 유서는 정말 사라의 피눈물이 담긴 유서. 가족을 잃은 상실감, 혼자 남겨진 자의 슬픔, 자신이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은 사라를 평생 따라다니지만 사라는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철저하게 숨기고 죽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저널리스트 줄리아가 사실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긴장감도 있고 감동도 있다. 사라의 유서를 읽을 때는 누구나 울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인생에, 우리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만약 사라의 아빠가 끝까지 숨어있어서 사라의 열쇠로 아들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동생 미첼이 살아남아서 사라를 만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들은 끝끝내 질긴 우리네 인생을 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누가 감히 평화롭던 가족을 송두리째 흩어놓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 그것도 한 두 가족이 아니라 몇 천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유대인들은 강제로 이송되고 그들이 남긴 좋은 집들은 눈감고 귀닫은 프랑스인들이 차지하게 되고..인간처럼 잔인한 존재가 또 있을까 싶은데 감추고 덮은 프랑스인 남편의 가족사를 미국인 아내인 줄리아가 파헤쳐 내게 되고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감추고 싶은 과거지만 진실은 언젠가 누구에 의해선가 밝혀지게 마련인가 보다.

사라가 평생 그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했을 생각을 하면 가슴 저 깊은 곳이 저려온다. 그녀의 죄책감, 상실감..오랜만에 깊은 울림이 있는 소설을 읽은 듯하다. 소설가는 정말 언어의 연금술사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