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있는, 모든 이를 재워주는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의 경험을 서술한 에세이. 이 고서점을 경영하는 조지라는 80대 노인은 책을 사랑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이런 조건없이도 가능하단다) 무료로 재워주고 먹여주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를 권유한다. 저자는 미국에서의 무의미한 직장생활(범죄추적기자)을 뒤로 하고 파리에 가서 돈을 벌지 않고 이 고서점에서 근근히 살아가게 되는데. 자신의 삶을 오롯이 세우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을 방기하는 일인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삶에는 백인남성으로의 우월성을 담보로 한 객기가 느껴진다. 오히려 조지라는 고서점 주인에게 더 관심이 간다. 이런 공동체는 젊은이도 꾸려가기 어려운 일인데 지금은 아흔이 됐다는 노인이 나름대로 멋지게 고서점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원제도 멋지고 '시간이 멈춰선 고서점'이라는 번역도 맘에 들어 읽게 된 책인데 파리에서의 자유분방한 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약간 있긴 했지만, 고서점에 사는 독서 공동체에 대한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보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어문장은 어렵지 않게 읽히고 낯선 곳에서 객기를 부려보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 해본 이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읽으면 괜찮겠지만 고서점이나 독서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읽으면 실망하기 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