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Blondes'에서 너무 실망해서 부쉬넬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는 실망할 게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그녀의 최대 성공작인 '섹스 앤 더 시티'보다 더 나은 지도 모르겠다.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은 철부지같고 지나치게 섹스 이야기만 해댔으니깐.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녀들보다 더 나이가 든 40대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50에 드는 세 명의 여자들이 주인공인데, 패션디자이너, 잡지 편집장, 영화 제작사 사장으로 나온다. 자신의 분야에서 그녀들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자리를 지키고 더 나아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물론 그녀들의 일에 대한 몰두보다는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녀들의 생활태도의 공통점은 남자들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우습게 묘사된다. 또 능력있고 잘 나가는 그녀들이 하는 행동을 잘 보면 그 행동들은 바로 성공한 남성들이 해왔던 행동들과 흡사하다. 그렇다고 '남자는 되는데 여자는 왜 안 되'하는 심정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남성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통쾌함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남자들보다 어떻게 더 나은 행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성공한 남자들이 하는 행동들이 형편없으므로. 사업을 할 때야 남자들의 행동방식이 더 효과적이라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도 남자들의 행동방식을 보이고 있는 그녀들이란..전환이 잘 안 되는 것일까.. 뉴욕시티를 배경으로, 잘 나가는 세 명의 여자 이야기. 배경도 화려하고 그녀들의 직업도 화려하고 사생활도 그렇고. 삼박자를 갖추었으니 드라마가 잘 되겠군. 아무래도 부쉬넬의 소설은 드라마로나 보면 될 것 같다. + 그녀들의 우정이 부럽다. 아무리 '정글'로 묘사되는 각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옆에서 같이 걱정해주고,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뭔가 강요하지 않고 훈계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