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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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유효한 인스타 스토리에 스토리를 올리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이라 믿는 스토리셀링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울리는 경종.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듣고 흘려버린 내용들이 있을까봐 종이책으로 한 번 더 읽었다.

아포리즘처럼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유의미해 허투루 할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왜 외롭고 우울하고 불안한지 정확하게 짚어준다. 네트워킹은 연결되어있다는 뜻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감기가 우울증이 된 것이다.

한병철의 글은 시적이고 압축적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게 된다. 그런데 분량이 길지 않아 휘리릭 읽어낼 수 있다는 장점까지. 그동안 몇 번 실패했었는데 이제 성공해서 뿌듯하다. 오디오북으로 듣고 종이책으로 다시 읽는 것도 종이책 완독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이 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해야 겠다.

경청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 내용이 아니라 사람, 즉 타자가 누구인가다... 경청은 상대에게 이야기할 영감을 주고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심지어 사랑받는다고까지 느끼는 공명의 공간을 연다. - P118

커져가는 접촉의 빈곤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우리에게서 접촉이 완전히 없어지면 우리는 스스로의 자아 속에 불치의 상태로 사로잡힌 채 잔류할 것이다. 접촉은 우리를 자아 안에서 밖으로 꺼내준다, 접촉의 빈곤은 결국 세계 빈곤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우리를 우울하고, 외롭고, 불안하게 만든다. 디지털화는 이러한 접촉의 결핍과 세계 빈곤을 계속해서 악화시킨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은 늘어가는 연결성이다. 여기에 바로 파멸적인 네트워킹의 변증법이 존재한다. 네트워킹되어 있다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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