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 몰아읽기 마지막인데 데뷔작을 읽게 되었다. 오디오북은 몰입이 안 되어 종이책으로 읽었다. 270쪽 정도 되는 분량으로 이 분량도 길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정대건 작품에 비하면 호흡이 길어 몰입감이 있었다. 좀 더 긴 작품도 많이 써주시길. 오래 매진하던 영화일을 접고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그때의 그 삶은 헛되지 않고 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많이 힘들었겠지만(물론 이런 말 자체로 표현이 안 된다는 거 안다. ) 어떠한 고생의 경험도 내 안에 쌓이지 어딘가로 흘려보낸 것이 아니므로 다 작가의 내공으로 쌓여 이렇게 작품으로 탄생해 상도 받고 데뷔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내가 했던 오랜 객지 생활이 뭔가 쓸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 고생들은 다 내 안에 쌓여 있을 텐데 그걸 어떻게 끌어내어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작가는 어찌보면 행운아일 수도. 본인 생각에는 자신이 한 고생의 털끝만큼도 못 미치는 활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하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며 평생 노력하는 사람에게도 그 기회라는 것이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작가도 이 소설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상깊은 구절들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 뭔가를 도모하고 거기에 몰두할 때 제일 행복하다. - 이렇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사람은 행운아이다. 진정으로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돼. - 우리는 정말 이런 한 사람을 가지고 있는가. 영화 GV의 빌런으로 여겨지던 고태경에 대한 혜나의 시선이 변화하면서 고태경을 그리고 자신을, 친구들을 이해하게 된다. 천천히 읽을 생각이었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궁금해 한꺼번에 읽게 되었다. 후반부의 몰입감이 좋다. 뭔가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매진하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업하다가 몇 번 미끄러지면 십년이 날아간다는 식의 이야기는 소설에서 접해본 내용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세계인 것 같아 상상도 잘 안 된다. 유튜브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세상에서 영화인들도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무시무시하다.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