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가장 유명한 책을 가장 나중에 보았다. 우연히도 키건의 작품은 다 원서로 읽었는데(아마도 그의 간결한 문체와 짧은 분량 때문이겠지 ㅎ)이 책도 원서로 읽다가 다 못 읽고 있던 차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을 발견하고 듣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 원서는 커녕 번역본도 읽어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키건 작품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원문으로 읽는 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분명하고. 번역본을 듣고 있으려니 귀를 쫑긋하고 귀기울여 듣게 되었다. 남주의 심리를 어찌 그리 잘 묘사했을까. 말하기 어려운,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완곡하게 말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자신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풀리지 않은 자신의 뿌리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너무나 묘사가 잘 되어 감동스러웠다. 역시 믿고 보는 클레어 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