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종료
사카이 준코 지음, 남혜림 옮김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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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준코가 일본 싱글들의 왕언니라니 몰랐다. 가족 종료라고 하니 가족과 연을 끊자는 것처럼 들려 좀 무시무시했는데 읽고 보니 그게 아니라 조부모 부모 다 돌아가시고 하나뿐이던 오빠까지 죽어 이 세상에 피가 섞인(?) ‘생육가족‘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이 만든 ‘창설가족‘도 없으니 자신의 가족은 없다는 뜻이었다.

전에 읽었던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에서 몸을 더듬는 치한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얼굴을 쳐다보고 자신이 치한에게라도 아직 매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처럼 만족하는 부분에서 경악을 했는데 여기서도 끈끈한 모자관계를 이야기할 때 어머니는 아들을 허벅지 사이로 낳고 아내는 어머니의 아들 그러니까 남편을 허벅지 사이로 맞아들이는 등등의 표현이 다분히 일본적이었다. ㅠㅠ

이런 부분만 아니면 다른 내용들은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 많았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그의 강점인 듯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고 오히려 호주제, 선택적 부부 별성 등의 면에서는 일본이 더 후진적이라는 느낌이었다.

고독사를 불쌍하게 보지만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타인이 보기에 늦게 발견된 시신이 끔찍할 뿐 죽은 본인은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동물도 죽을 때가 되면 눈에 안 띄게 숨는다지 않은가. 정신만 온전하다면 마지막까지 혼자 살다 죽는 것이 우아하고 편안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외로움을 이긴다고 생각한다.

66년생이 싱글들의 왕언니라니 일본이 이런 면에서도 역시나 우리를 앞서는 듯하다. 표지가 만화처럼 되어 있어서 만화도 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광고용이었다. 2019년작이라 시대차가 적어 더 공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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