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파이를 좋아하지 않아 테드 창 정도밖에 몰랐었는데 편성준의 ‘읽는 기쁨‘에서 알게 되어 찾아 읽어보았다. ‘종이 동물원‘이 제목이자 맨 앞에 실려있는 작품인데 읽으면서 울었다. 어쩜 그리 이민자 엄마를 둔 아이의 성장과정을 뚜렷하게 그려냈는지. 어렸을 때는 엄마가 전부인 줄 알다가 커가면서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를 무시하고 엄마와 멀어지게 된다. 본인도 살려고 그러는 것이긴 한데. 그러다가 아이는 돌아오지만 엄마는 기다려주지 못 하고..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련의 그 상황이 엄마가 숨을 불어넣은 종이 호랑이들을 통해 그려지는데 그 부분이 압권. 어릴 때 종이호랑이를 향한 아이의 마음이 환상적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사이파이가 아니고 그냥 환상 문학인 듯. 왜 내로라하는 상 세 개를 동시에 석권했는지 알 것 같다. 싸이 파이에서 이런 감동을 느끼다니 놀라울 뿐. 읽어보니 켄 리우는 테드 창과는 정말 다르다. 그의 소설에는 역사와 문화와 감성이 있다. 다루는 주제도 참 폭 넓다. 중국에 뿌리를 둔 미국 작가가 731부대를 다룰 줄이야. 2011년 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우리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천생연분‘에는 알고리즘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도 결정해주는 경우. ‘레귤러‘는 레귤레이터, 삽입 카메라 등을 삽입한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액션 스릴러 영화같았고. 일본, 타이완, 중국, 홍콩, 미국을 넘나들며 개화기에서 2차 대전 이전에서 근미래까지 다 나온다. 순간포착영상이나 인터페이스 칩, 시간 여행 같은 것들을 소재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소설을 쓰다니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프로그래머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법률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밤에 쓴 소설이 이런 수준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57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에 푹 빠져 이틀 동안 읽었다. 행복한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