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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2023.가을 - 통권 82호, 창간 20주년 기념호
창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창작과 비평'이 아니라 '창비어린이'가 20주년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십오년 정도 외국 생활을 하고 돌아오니 창비어린이라는 잡지가 있고 20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그저 한국은 영어덜트 소설이 거의 없다는 생각만 하고 미국의 영어덜트 소설읽는 재미에만 빠져 살았었는데 한국도 역시나 가만히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영어덜트 소설 중 유명한 것들은 전자책으로 사서 챙겨봤었는데 귀국해보니 전자책으로 발간되지 않았지만 실로 무수히 많은 청소년용 소설이 한국에서 발간되었던 것이다.
영어덜트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자 영어덜트 소설 창작 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점은 갑자기 어른의 목소리가 아이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나 말을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이 거슬린 적이 많았다. 그리고 교훈적인 결말로 끝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아쉬웠다. 이런 나의 아쉬움에 대한 언급이 특집 섹션 오세란의 글에 실려 있어 매우 반가웠다. '청소년소설은 교재가 아니다' 제목도 매우 공감한다.
여러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 평론들, 동향들 전반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참으로 의미깊은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각각의 개별 작품과는 별개로 '창비어린이'라는 어린이, 청소년용 소설 전반의 동향에 대해 안내해 주는 잡지가 있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이십년이나 유지되어 왔다는 것은 이 분야가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역으로 이 잡지가 이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투고도 늘 열려있고 시상도 하고 우리 나라 어린이, 청소년 문학을 이끌어 온 창비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20년 전 제호라 '창비어린이'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조금 어색해져 버렸다. 어린이용 문학과 청소년용 문학이 분리되어야 할 것 같은 시점에 와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새삼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청소년용 문학의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만 12세까지를 어린이로 보고, 그 이상을 청소년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아동 학대'에서 정의하는 아동은 또 만 18, 19세까지를 가리킨다고 하기도 하고, 촉법 소년의 나이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애초에 childhood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 서구 문명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하기에 기준이 애매모호한 점은 있지만 점점 이 분야가 성장하고 확장되어 '창비어린이'와 '창비청소년'이 분리되는 감격의 그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