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네가 이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을 열거해보았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눈을 보지 못한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라일락을 보지 못한다. 너는 이제 더는 결코 태양을 보지 못한다. 너는 눈이 되었고, 라일락이 되었고, 태양이되었다. 거기서 너를 다시 보게 되어 슬프면서도 행복했다. 늘 그랬듯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추는 너, 흰빛으로 흩어지는 너, 핑그르르 세 번 돌다가 공중에서 두번 춤추는 마흔네 살의 너, 너무도 젊고 싱그러운 너.
눈과 라일락과 태양, 그리고 잉크. 나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 너를 사방에서 다시 본다. - P95

나는 네가 실제로 있는 장소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붉은 장미의 심장 속에 네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 안다. 묘지에 가면 네 무덤을 바라본다. 무덤은 이름으로 덮여 있다. 그때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진부한 것들만이 머리에 떠오른다. 네가 내 발밑 2미터 아래, 2미터나 3미터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 P117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깨달음에 이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속에, 땅과 드넓은 하늘의 한결같은 아름다움 속에, 지평선 어디에나 네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너를본다. 네 무덤에서 등을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너를 본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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