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문학도(?)나 문자광(?)에게는 영원한 화두이기도 하고, 현대인에게는 특히나 리터러시로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단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상상했던 이 책은 나의 기대를 보기 좋게 벗어났다. 그것도 아주 많이. 


'서발턴'이라는 개념을 이 책에서 처음 보았고(나는야 철학, 영미문학 문외한) 영미문학과 문학사, 철학, 역사 등등이 골고루 섞여 있어서 내가 얼마나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본다는 입장으로 다 읽었다. 결과는 회의적이지만.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서발턴으로서의 영어인이 글로벌 영어를 대하는 방식의 미묘한 차이 등이 궁금해졌다. (이것이 최소한의 긍정적 효과?)스피박은 철학과 문학을 구별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거기에 '전 알지 못해요'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스피박이 철학과 문학을 종횡무진해서 매우 난해한 편이라 그런 요청이 있었나 본데 역시나 친절하지 못하다. 본인은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스피박도 서발턴으로서(?) 뭔가 글로벌 영어와 인도 영어 간의 미묘한 관계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면 흥미롭겠다 싶었는데 나오려다 마는 느낌이었다. 구술 문화, 문자 문화의 이야기도 나오려다 말고. 그냥 철학과 문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는 느낌인데, 독자들을(이 책은 강연집이라니 그러면 청자들)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려 대상에 들지 못했다고 떼를 쓸 수는 없겠지만 더 잘 이해해보고 싶었다.)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읽기'에 대한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바로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였다. 


한국인은 번역서를 추앙하는 경향이 있다.(스피박의 '읽기'도 마찬가지이겠다. 일반인이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전공자들에게서는 극도의 추앙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인이 쓴, 양질의 인문학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의외로 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한국 저자가 쓴 인문학 책 중 손꼽힐 만한, 정말 양질의 책인 듯 하다. 리터러시의 초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물론 문해력을 단시간에 키우려는 팁을 기대했다면 큰 실망을 할 테지만 말이다. 


'읽기'라는 주제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두 극단의 사례를 두고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본다. 과연 '읽기'란 무엇인가. 어떠해야 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읽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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