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글이라면 남궁인의 글밖에 못 봤다. 그런데 흉부외과 의사가 책을 냈다길래 보게 되었다. '미음의 마음'이라고 했을 때 미음이 'ㅁ'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미음이라는 음식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살았던 듯하다. 환자의 유동식인 미음을 생각해 보지 못 했다니 나름 건강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모두가 기피한다는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삶은 응급의학과 의사의 삶과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했다. 음식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인지 남궁인의 글에서 묘사되는 것들보다 한결 순화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하루에 삼각김밥 하나로 버티게 되는 삶은 비슷한 듯도 했다. 흉부외과 의사 선후배들이 회식을 하면 거의 만날 수 없다는 에피소드는 슬의생의 그것과 너무 비슷해 웃프기도 했고 다양한 음식들에 정말 다양하고도 색다른 사연이 담겨있다 싶었다. 


멀기만 했던 의사의 삶도 이렇게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어 바야흐로 에세이 전성시대는 옳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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