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며칠간 남궁인 몰아읽기를 해서 최신간 서간집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를 빼고는 그의 단독 저서를 다 읽어 보았다. 응급실이라는 지옥을 예이츠의 시 구절을 인용해 읊어대는 의사 작가라니. 비슷한 책을 두 권 읽어도 걸출한 인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제법 안온한 날들'은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의 전작과는 좀 다르게 제목이 더 평화로워졌다. 내용도 처음에는 감상적이고 부드럽게 시작한다. 이걸 보고 이슬아는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에서 느끼하다고 언급했고 남궁인은 이에 대해 매너리즘을 피해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응급실의 상황은 다종다기했지만 매너리즘을 느꼈다고 말하는 그도, 그것을 극복해보고 싶었다는 그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분히 문학소년이었던 그의 기질이 더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문학 소년도 의사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쌓아왔던 그의 독서력과 여행력?이 드러나기도 했고.
이슬아는 에세이스트란 자신을 잘 포장하는 느끼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면에서 남궁인은 좀 더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과 말미에 감상적인 글들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전작과 비슷했다.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한결같이 처절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위의 이야기는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의 미리보기에서 읽은 내용이다. 정말 이 총총 시리즈는 기획이 다 한 것 같다. 완전 서로 결이 다른, 에세이스트라는 것 말고는 접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두 작가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어떠한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기대가 된다. 우선은 이슬아가 선빵?을 날리던데 그걸 주거니 받거니 하는 다른 두 사람의 행태?가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얼른 전자책 결재 버튼을 눌러 휘리릭 읽고 싶었지만 잠깐 멈추었다.
휴가는 끝났고 2차 백신 후유증도 끝나가고. 읽으려고 놓아둔 책은 쌓였으므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행복한 숨고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