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vention of childhood에 보면 유년기는 서구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찰스 디킨즈 시대에 아이들을 보면 그들은 '작은 어른' 취급을 받는다. 체구만 작을 뿐이지 성인과 같은 노동을 한다. 그러다가 자본주의가 발달,심화되면서 유년기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다고 한다. 소위 물건을 팔기 위해 유년기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십대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고 이를 위한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상당히 경제적인 논리이기도 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유년기라는 개념을 만들기 이전의 문화적 풍토 때문인지 서구에서는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 보다 보편적인 것 같다. 그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하는데 익숙하다. 우리는 어른들의 대화에 아이들이 끼어드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하고 버릇없다고 취급하고 실제로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어린이'를 한 인격체로, 성인과 같은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김소영의 이 책도 그런 맥락이다.
이슬아의 최근 책 '부지런한 사랑'도 마찬가지인데, 모두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들의 태도가 유사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계속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가 밝다고 보여지는데, 이것이 비단 사교육 영역에서 뿐 아니라 공교육 영역에서도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어린이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똑같이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소영은 어린이책 편집자로서, 저자로서, 글쓰기교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한다. 인간은 모두 동등하게 태어나며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부분에 어린이날이 이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있는데 절절하다.
이렇게 섬세한 마음 씀씀이라니. 읽어가면서 저자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이 속속들이 읽혀져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는다. 아름답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이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