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버 김겨울을 역시나 책으로 만났다. 내가 그렇다. 김겨울 말로는 유튜브를 보는 자와 안 보는 자로 나뉜다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어디에 속할까.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즐겨 보지 않는다?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왜 굳이 영상으로 소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북튜버 김겨울 본인도 하는 생각이었다. 책 이야기를 라디오로, 티비로, 팟캐스트로, 유튜브로 하는데 나는 그냥 책은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그래도 김겨울이 궁금해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의 혹은 그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감성이 궁금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겨울서점에 들러서 영상을 봐야할 텐데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딴짓하면서 유튜브를 틀어놓는다는데 나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초집중을 하게 되면 김겨울도 언급했던 것처럼 자막 3초면 되는 내용을 3분 이상을 들여 봐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겨울서점은 안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냥 내가 영상이랑 안 친한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 그런 것이겠지.)
최종 소감을 말하자면 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좋았다. 책 표지, 띠지, 책갈피, 다트 등 책의 물성에 관련된 것들도 새로웠다. 놀라운 점은 한국인들이 쓴 책은 많이 읽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일찍이 조동일 박사가 불문학을 전공했다가 국문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한 역사가 있는데 요즘 세대들은 글로벌 세대라 그런 장벽이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 선호하는 문학이 남미나 유럽 쪽이라니. 가장 이국적인 것을 선호하나보다. 나도 현대 미국문학을 즐겨 읽고 그들의 문학이 읽으면서 우리보다 몇 수 위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한국 문학을 접할 때 뭔가 착착 몸에 감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느낌 때문에 나는 한국 문학에서 손을 떼지 못 한다. 그가 언급한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를 보고 좀 더 다양한 한국 작가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밑천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감히 좋아하는 작가들을 언급하는 것을 대부분 주저하는데 그것을 공개하는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북튜버도 하고 책도 만들고 글도 쓰고 여기 저기 콜라보도 하고, 라디오 진행도 했고, 싱어송 라이터이기도 하고. 왠지 그의 모습이 요즘 우리 젊은이의 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 하나를 직업으로 삼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며 살아가는. 독서의 기쁨을 영상으로 알리는 북튜버가 또 책을 써서 인상적이었다.
+ '불을 키다'라는 표현이 두 군데 있었다. 하지만 불은 '켜는' 것이 아닌가. 2쇄를 찍게 돼 기쁘다는 대목이 나오던데 내가 읽은 책은 무려 5쇄였는데.
++ 내지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숲 출판사 시리즈와 서광사 번역본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서광사가 바로 시공사 판으로 변신하는 대목도 있었다. 서광사면 서광사고, 시공사면 시공사이지 그게 섞이는 건 뭔가. 5쇄인데 수정이 안 된 것인가, 내가 오독을 한 것인가 어리둥절했다. (참고로 29쪽이었다.) 물론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옥의 티로서 조금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