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픽션을 잘 읽지 못했다. 그 유명한 테드 창의 소설도 단편 몇 개만 겨우 읽고 놓아버렸었다. 사이언스 픽션하면 뭔가 차가운 이물감이 느껴졌다. 뭔가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들이 등장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두 세 페이지만 읽으면 그 다음은 저절로 읽히는 정도였다. 


진정한 한국형 SF 소설의 등장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아몬드'를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등장이라고 했던 문구에 나는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그 폭력성에서 오히려 나는 한국형이라기 보다는 일본의 사무라이나 야쿠자의 정신이 느껴졌다.  하지만 '천 개의 파랑'이라면 바로 그 ' 한국형'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의 '한국형'이란 나쁘게 말하면 사이언스 픽션에서마저도 정에 호소해야만 비로소 먹히는, 좋게 말하면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와 같이 아직 사이언스 픽션을 읽어내는 데 서투른 독자라면 당연히 '천 개의 파랑'부터 시작할 수 있다. 사이언스 픽션 입문용으로 효과적인 책이다. 2019년이 '한국 SF의 약진'의 해였다는 것이 실감난다. 청소년들도 좋아할 것 같다. 세대를 넘나드는 책이다. 특히나 이 소설은 역순행적 구성을 띠고 있는데 다 읽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계속 그의 변주를 읽고 싶었다. 두 번 읽은 책이 몇 안 되는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기뻤다.  


+ 4쇄인데, 오타가 두 군데 보였다. 하나는 문장의 호응이 잘못 되어 있었고(표시를 해 두었었는데 이래 봐야 뭔 소용인가 싶어서 치워버렸다), 또 하나는 '게네는'이었다. '걔네는'이 맞는 것 아닌가. 걔네, 얘네..5쇄에는 수정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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