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에세이가 범람하는 시대. 에세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다보니 어느 순간 더이상 에세이가 읽히지 않는 시기가 왔다. 이런..에세이의 숲..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길을 잃었던 것일까. 관심가는 에세이를 산처럼 쌓아놓고(이건 내 오랜 타향살이 내내 가졌던 꿈이었다.)도 잘 읽어내지 못하게 되자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읽히는 빛나는 책들이 있었으니..바로 이 책들..공통점은 바로 시인들의 에세이라는 점이다. 역시 시인이라 그런지 에세이도 결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 두 시인은 서로 알고 있는 것 같던데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김민정 시인은 도발적이고 도전적이고 솔직하고 자칭 싸가지 없는 (이런 거친 평가 죄송) 산문시 스타일같고 박연준 시인은-나는 그인지 그녀인지도 몰랐다-책 표지 사진의 비누같다. 연한 분홍빛에 투명한 듯 빛나는 듯 금방 녹아버릴 듯 연해 보이지만 내부에 단단함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김민정의 솔직함에 박연준의 섬세하면서도 개성있는 관점이 마음에 들었다.
에세이의 숲이 있다. 그 속에 여러 마리의 닭들이 있다. 숲보다는 닭들이 눈에 띄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학이겠지. 숲에 닭과 학이 있다는 것이 참 어설퍼 보이는 비유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실력자들은 어떻게든 눈에 띄는 법이겠지.
이런 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던 와중에 내게로 와준 이 책들이 참으로 고맙다. 특히 모월모일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나 구본창 작가의 사진이었다. 작풍과 정말 잘 어울리는 표지인 것 같다. 요즘 책들은 참으로 예쁘기도 하다. 내용은 물론이고..
모든 인간은 자라서 노인이 된다...
결국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영원이란 ‘아득하고 쓸쓸하게 사라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노인들은 ‘아직‘죽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벌써‘ 세상을 많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늙는 것은 오래되어가는 것이다. 오래된 것은 귀한 것이고.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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