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아파트 키드의 이야기. 정말 우리들 모두는 끔찍한 성장기를 살아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의 미묘한 관계, 그들의 심리를 따라가노라니 아스라히 나의 어린 시절 경험들이 겹치면서 어른이 된 것이 새삼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 모두는 이유없이 이 땅에 내던져 졌는데도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다.
아파트 문화, 학원 문화 등등 한국 고유의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 책은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됐었다고 한다. 그 반응들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 창비 만화 시리즈 마음에 든다. 다 읽어봐야 겠다.
이어서 잠자는 고딩들의 모습을 담은 현직 국어교사의 글/그림집. 이들도 이렇게저렇게 마지막 미성년의 시기를 살아내고 있었다. 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자는 모습과 뒷모습은 참으로 무방비라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아름답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고.
+ 아주 지엽적인 이야기지만, 자신이 추천한 책을 사 보고 그것을 되팔기를 원하는 학생에게 감동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권장도서를 도서관에서 대출과 반납만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한 학생이 교사(저자)에게 무슨 책을 봐야할까 질문하고 그렇게 추천받은 책을 직접 사봤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도 본인에게 권장도서에 대한 질문을 직접 했다는 것보다 책을 '구매'했다는 것을 더 높이 산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왜 도서관에서 대출과 반납하는 것은 그것'만'하는 것이고 구매한 것은 '직접 구매'한 것이고 감동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을 되팔려는 노력까지도. (그래서 알라딘중고서점을 소개해주었다고 한다.) 왠지 '이러다 우리 정말 잘 될지 몰라'에서 나온 '책 구매예찬'과 동일선상에 있는 이야기같았다. '이러다~'에서는 저자 본인은 휴대폰 비용도 한달에 십오만원 정도, 커피값도 한달에 십오만원 정도 지불하는데 (책구매는 이보다 많이) 정작 책구매에는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지불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휴대폰과 커피보다 책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에게 휴대폰보다, 커피보다 책이 더 절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대부분이 십오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휴대폰과 커피에 지불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장기 불황 시기에 말이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덮친 이 상황에서 말이다. 정말 묻고 싶다. 왜 책을 사보는 게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인가? 너무 저자 관점 아닌가?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 때문에? 나라면 도서관에서 알뜰하게 책을 빌려보는 애들도 똑같이 아니 더 많이 예뻐보일 것 같은데. 우리의 세금을 알차게 이용하고 있고 나름 부지런을 떨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나는 다만 책을 사보든 빌려보든 그건 맘대로 하고 그저 책 이야기로 수다꽃을 피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꿔볼 뿐이다.
그림이 정말 곱고 귀여워서 표지의 이 소년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내용은 너무 어두운 것 같았지만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다. 아이의 관점은 어떨까 궁금했기에. (좀 이기적인가.) 그리고 아이에게 제일 궁금한 것을 물었다. 정말 엄마아빠가 싸우면 아이는 죽음을 생각하냐고. 나는 그게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아이는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생존 자체가 부모에게만 전적으로 매달려있는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의 격렬한 싸움은 생존 자체의 위기로 느껴지기에 충분히 가능하단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반적으로 슬펐고, 가장 슬픈 부분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꿈)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구나. 그래서인가 사이가 좋지 않아 매일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이 더 낫다고.
이 사계절 만화가 열전 시리즈도 마음에 든다.
만화 시리즈를 탐독해 볼 일이다. 그런데 어떤 만화시리즈는 도서관에서 대출이 안 되고 어떤 것은 된다.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