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석의 작품을 두번째 읽고 나니 어느 정도 그의 다소 우울한 문체에 적응이 되었다. 절묘하게도 그의 우울한 문체가 아바나의 풍광과 잘 어울렸다. 아바나의 뜨거운 태양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책 표지도 좋고. 이 책의 서술자는 자신을 '당신'으로 놓고 서술한다. 이 시점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효과적인 것 같다. 아바나의 정서에 흠뻑 취할 것 같은 책이다. 


쿠바는 이제 한국드라마 촬영장소가 될 만큼 보편적인 곳이 되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래도 언젠가는 늘 가보고 싶은, 그러나 실제로 가 볼 확률은 아주 낮은 그런 곳이다. 지리적으로는 중남미에 위치하지만 물라토를 비롯한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고 건축물은 스페인 풍이고 미국의 경제제재로 화려한 원색의 올드카가 주종을 이루고 경제가 낙후된 만큼 개발의 폐해도 적어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구름은 하얗기만 한 곳. (쿠바가 주변의 멕시코나 아이티와 같이 여행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저자는 '성인 남성에게 세계 대부분의 관광지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부러울 수가.) 치안은 안전한 편이고 사회주의 국가답게 의료보험제도도 좋다고 한다. 이제는 한국인 관광객이 지나가면 한국어 인사말을 건넬 정도로 세속화가 됐다지만 그래도 쿠바는 여전히 체 게바라의 팬에게, 헤밍웨이의 팬에게 환상적인 곳이다. 


언제쯤 가 볼 수 있을까. 아바나를.

언제쯤 맡아볼 수 있을까. 쿠바의 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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