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지인이라 출간 즉시 구매해서 보았다. 이로써 990원은 저자에게 갔겠지. (아닌 것 같다. 선인세로 약간 지불받고 2쇄를 넘겨야 인세라는 것이 저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 같았다. 그런데 아무튼 시리즈가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다. ㅠ) 물론 그는 나를 못 알아볼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알아볼 것 같다. 못 만난지는 20년이 넘었지만서도.
나도 목욕탕 애호가라서 정말 소재 잘 골랐다 싶었다. 다른 소재들은 출간 전에 출간 예정이라고 나오는데 '목욕탕'은 그 리스트에서 보지 못했다. 나름 갑작스런 출간이었는데 그래서 더 기뻤다.
이 책에는 그 흔한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없다. 그래서 더 좋았다. 비문도 없고 맞춤법 틀린 것도 오탈자도 없었다. 역시. 표지도 얼마나 예쁘던지 정말 소장각이다.
목욕업이 소위 지는 사업이 됐지만 다들 어릴 때 엄마 손(난 할머니 손) 잡고 들락거리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은 우리의 그런 추억들을 소환해주는 책이다. 나도 어릴 때 매주 토요일 오후면 언니랑 같이 집 앞 목욕탕에 갔었다. 정말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그 습관은 한국을 떠나살기 전까지 계속 됐다. 오랜 타향살이로 근 십오여년간 한국에 있는 목욕탕에 가지 못했는데 (처음에는 교촌치킨과 한국식 목욕탕이 정말 그리웠었다. 나중에는 이런 것들이 다 미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추구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지척에 있어도 못 가게 되어서 얼마나 원통한지 모른다.
저자도 3년간의 중국 생활동안 방문했던 중국 목욕탕 이야기를 했는데 나도 미국 목욕탕 이야기라면 좀 할 수 있다. 왕복 12시간을 달려서 겨울에 한 번씩 다녀오곤 하던 시카고의 찜질방 이야기. 십오년만에 다시 가보았던 메릴랜드 찜질방 이야기를 말이다. 미국 목욕탕은 세신비가 십만원부터라 엄두도 못 냈다. (원래 세신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사지에 혹해서 해보고 싶긴 했다. 다 패키지여서 가격도 높고 다 마사지가 끼어있었다. 세신만 한다거나 등만 미는 작은 호사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것이 외국인들에게 정말 인기다. 저자는 한 번도 세신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세신한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 여기 바로 내가 딱 한 번 용기를 내어 세신을 했다가 다시는 하지 않는 일인이다. 결혼식 전날 안 해 본 거 좋은 거 해 본다고 했다가 괜히 두드러기만 올라와서 이제는 안 한다. 세신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다른 무엇을 할까 늘 고민이다.) 예상 외로 외국인으로 들끓던 찜질방에서(어 맞다. 거기는 외국이었다. 하지만 한국식 찜질방에 알록달록한 사람들이 모두 타월로 양머리를 하고 미역국을 먹고 있었다.) 어리둥절했던 그 경험들.
지금은 모든 것이 다 추억이 되고 말았지만 이제 추억을 다시 만들 시기라고 목욕탕의 훈김을 그리워하는 내 몸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지만 아직은 목욕탕 탐방이 요원한 일인 것 같다. 정말 집에 하누끼 탕이라도 설치해야 할까보다. 일본식 작은 것이라도 하나 들여놔 볼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마지막 글에서 올해 초에 목욕탕을 다녀오고 못 갔다는 말이 나오던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던 시대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불가능한 시대로 변한 바로 이 시점에 말이다. 다들 잘 견디시기를. 목욕탕에 가는 것도 불가능한 이 시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