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들을 읽느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주말 몰아읽기 일환으로 휘리릭 읽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환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걸 대체 왜 써? 왜 읽어? 였다. 어릴 때부터. 그것이 여자들끼리 하는 것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남자들이 더 좋았다. 그들의 단순함(죄송) 아니 여자들의 쓸데없는(?) 복잡함(?)이 싫었다. 무리를 꼭 지어다니는 것도 싫었고 한 번 무리에 끼지 못하면 절대 끼워주지 않는 것도 싫었다. 그냥 다 시간낭비처럼 보였다. 마루야마 겐지의 '고독론(?)'이 차라리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늘 아웃 사이더였던 것 같다. 여자들의 적은 여자들이라 믿었다.(사실 아직도 조금 믿는 편이다. 지금도 중년 아줌마들의 그 눈초리 - 내가 다 안다는 그 눈초리-가 제일 싫다. 특히 40대 50대가 제일 무섭다. 요즘은 젊어져 60대까지 무서운 것 같다. 멋진 어머니, 멋진 중년 여성들을 존경하는 이들에게는 죄송. 이건 그냥 개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남자들의 우정으로 쓰여진 것처럼 보였던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고 샘이 나서 읽어보기로 했다. 우리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읽기 힘들었다. 일기를 아니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너무 낯간지러웠다. 이 시대에 말이다. 특히나 센 언니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임경선 작가라니.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의 편지 내용의 일부분을 너무 많이 재인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체계가 안 잡히는 것 같더니 중후반부로 들어서는 그들도 적응이 되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들의 스타일에 적응이 되었는지) 술술 읽혔다. 


'대책~'보다 훨씬 진지했다. 좀 더 가벼웠으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선배후배가 아닌 같은 여자로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봐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임경선 작가의 말처럼 40대 이후의 여성 작가들의 활약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임경선 작가가 꿋꿋이 버텨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태도에 관하여' 판매부수가 십만부를 넘어 어떤 반열에 들어섰다는데 축하드린다. 앞으로 꾸준히 활약해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같은 의미에서 요조 작가님도 말이다. 


+ 요즘 출간된 책에서 타이포를 늘 찾는다. 왤까. 컴퓨터 환경으로 인쇄 환경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공지영의 최근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도 세 군데나 발견했다. 보통 다른 책들도 하나 둘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있었다. '개구장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장이'는 직업을 말하는 것이지 않나. 일교 이교 삼교 크로스교까지 한다면서 이건 뭔가 싶었다. 완벽주의자처럼 보이는 임경선 작가라도 오타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런데 그게 진짜 오타였던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맞춤법도 그렇고 띄어쓰기에 들어가면 더 복잡하다. 도대체 뭐가 옳은 띄어쓰기인가 싶어진다. 오히려 띄어쓰기 원칙은 이제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다 허용되는 느낌. 혼란스러운 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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