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뒤늦게 후룩문고, 땅콩문고, 띵 시리즈, 먼슬리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자기만의 방 시리즈, 거울 너머 시리즈, 도시, 선 시리즈 등등 시리즈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시리즈 따라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힘겨운 면도 있지만 즐거운 비명에 가깝다. 이것이 모두 다양해진 독립출판 덕분인 것 같다. 물론 대형 출판사에서 분리되어 나온 출판사에서도 출간하지만.

 

이 책도 시리즈물을 뒤지다 발견한 책. 후룩문고 1권이다. '상호대차'라니 내가 일주일에 최대 두 번은 애용하는 도서관 서비스이다. 원하는 책이 가까운 동네 도서관에 없거나 대출중일 때 유용한 서비스인데, 보통 이 상호대차를 무인예약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무인예약 서비스는 직장 근무시간과 도서관 개관시간이 겹치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한 서비스이다. 배송 서비스도 있다지만 그것은 택배비를 내야 한다고 한다. 무인예약 서비스는 무료. 친절하게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문자도 준다. (이 문자가 보통 11시 40분 쯤에 오는데 이때만 되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긴장이 된다. 그리고 문자가 오면 내가 어디에 있든 얼른 뛰쳐 나가 책을 가져오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왜냐하면 기기에서 이 책을 빨리 빼서 대출을 해야 12시에 시작되는 오늘의 무인예약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성공한 적이 있는데 기쁨이 플러스제곱알파였다. 그런데 문자가 안 오면 풀이 확 죽어서 하루를 더 기다려야 되나보다 하는 시무룩한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 동네 도서관 무인예약 서비스는 정오부터 선착순으로 받아서 몇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셔보고는 이제 11시 57분에 알람을 해 놓고 12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12시가 되자마자 클릭하면 당첨(?)이 된다는 노하우(나만 몰랐을 것이다. ㅠ)를 터득해 애용하고 있다. 애용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당첨 당시의 기분 때문인 것 같다.(인정하기는 좀 뭣하지만.) 왜냐하면 이 당첨 아닌 당첨의 기분이 아주 쫄깃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첨(?)이 되면 이틀 정도만 기다리면 본인이 지정한 장소의 기기에 다소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가 고대하던 책들을 만나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데 이 기쁨은 내돈내산으로 클릭 몇 번해서 총알배송으로 내 집앞에 떡하니 배달되는 책구매로 느끼는 기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틀에서 사흘이 길다면 긴데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총알배송으로 주문했으면 조금만 늦어도 투덜거렸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무인예약 서비스에는 '기다리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있다. 수많은 도서관 소장 도서 중에 내가 손품 팔아 찾아낸 책(여기에 이번에 예약할 책 두 권을 고르는 재미까지 있다. 많고 많은 읽고 싶은 책들 중에 딱 두 권이다.)을 내가 예약을 했고 이 예약 서비스는 선착순인데 내가 거기에 당첨(?)이 되었고. ㅎ 특히나 내가 원하던 책이 내가 지정한 장소에서 나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그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고 또 이 기쁨은 독립서점에서 책방주인이 엄선한 도서 중에 자신이 찾던 책을 발견해서, 내 안목이 책방주인과 일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책을 구매하는 느낌과도 다르다. 어쩌면 이 기분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암튼 제목 하나만으로 혼자 흥에 겨워서 이 책도 상호대차 무인예약을 이용해 빌려 보았다. 역시나 도서관 사서일을 했던 경험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책이었다. 글의 내용이 딱히 도서관과 관련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재미있었다. 이 책은 발상과 제목이 큰 역할을 한다. 책 디자인, 크기, 분량 등 모두 마음에 든다. 이런 책들은 그저 두 세시간 나를 붙잡아서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준다. 도서관 세상으로.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도서관 어느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을 쓰고보니 상호대차보다는 '무인예약'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져 버렸지만 한국의 도서관이 형편없다고 사람들이 실망하던 때가(그때도 내가 보기엔 훌륭했었다. 찾아가기가 좀 불편해서 그랬지 이용하던 사람들은 다들 좋아했었던 것 같다. 아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 도서관 진짜 시스템 잘 되어있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다가가는, 친근한 도서관이 되었다고나 할까. 덕분에 이런 책도 나오게 되고. 격세지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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