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 책을 왜 이제서야 만났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들었던 생각이다. 최민석과 피츠제럴드의 조합을 듣는 순간 반신반의했다. 재기발랄 최민석과 더 그레잇 개츠비라니. 최민석도 이 책에서 언급했지만 바로 그 하루키의 개츠비 사랑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나로서는 이 책으로 개츠비와 최민석 모두에게 실망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잠깐 개츠비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개츠비는 처음 읽을 때랑 두 번 읽을 때랑 세 번 읽을 때랑 달랐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세 번을 읽고 나니 개츠비가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참 마음이 아팠었다. 왠지 이 기회에 집을 뒤져 개츠비를 한 번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여러 궁리 끝에 읽게 된 최민석과 개츠비의 조합은 기대 이상으로 아주 좋았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그의 해석과 미국 사회에 대한 그의 견해는 탁월하고 훌륭했다. 특히 미국 사회에 대한 그의 이해와 해석은 의외로 깊이가 있었다. 이국 생활을 많이 경험해 본 자의 능숙함이 단연 눈에 띈다. 


고흐처럼 사후에 더 유명해진 피츠제럴드의 궤적을 쫓으며 그의 작품과 그의 인생을 논하다니. 이렇게 멋질 수가. 그것도 최민석이. 감히 여기에 더 더할 것도 더 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래 간만에 책다운 책을 읽었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 이게 실로 얼마만인가. 


논외로 괜히 그의 아내 젤다에게 더 관심이 갔다. 읽으려다 말았던 그녀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늘 그렇지만 그녀가 피츠제럴드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조현병에 걸리지도 않고(조울증이라고도 했고,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성역할을 힘겨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많은 집필 활동도 하고 꿈에 그리던 발레리나도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옥의 티라고 할까. 책 맨 앞부분에 실려있는 지도인데 위치가 영 잘못되어 있다. 2 성마리아교회 묘지공원은 볼티모어에 있다는데 볼티모어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데도 지도상에는 아칸소 즈음으로 되어있다. 3 핍스정신병동도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에 있는데 이곳도 역시나 메릴랜드인데 지도에 표시된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즈음 된다. (노스도 아니고!) 젤다가 앨라배마 출신이라서, 그들이 잠깐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살았으니까 그 근처로 뭔가를 표시하려 했었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의 여정에서 크나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이 지도를 보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옥의 티가 옥만 했다. 


++ 안 팔릴 것이 너무나도 분명한 이런 책을 한 권도 아니고 시리즈로 기획한 아르테 출판사에 감사한다. 하도 가벼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글들을 사로잡아 책으로 내야 백만부 이백만부를 찍을 수 있는 이 가벼운 세상에서 이렇게 묵직한 책을 꿋꿋이 내는 출판사가 있다니. 시리즈를 검색해 봤더니 모두 다 멋져서 소장각이다. 


+++ 소장각이라면서도 부랴부랴 헤밍웨이 편과 카뮈 편을 예약했다. 내 인생의 3대 작가를 모두 이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니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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