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은 자신을 누구로 소개할까. 소설가? 에세이스트? 에세이스트가 되기 위해 소설가가 됐다는 최민석의 자기 소개가 궁금하다. 아마 둘 다 이겠지. 그러면서 제발 책 좀 사달라고 할 것이다. ㅎ

 

그렇다면 김중혁은? 나에게 김중혁은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김중혁이다. 팟캐스트에서 그의 전방위적 관심사가 놀랍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의 수필도 종횡무진이다. 그의 소설은 아주 오래 전에 읽은 것이 전부라 기억이 나지 않고, 최근에 에세이집을 몇 권 읽었다.

 

'바디무빙'은 몸 에세이라지만 영화 이야기가 많았고, '모든 게 노래'는 제목 그대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 이야기라면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글이 이해가 가능하고 영화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장르이기에 글도 술술 읽혔다. 중간중간 만화나 그림도 재미있었고 그만의 익살에도 적응이 되었다.

 

'모든 게 노래'는 음악에세이인데,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형을 원망하며 자랐다는 그와 반대로 눈만 뜨면 음악을 틀어내던 언니와 한 방에서 지내느라 음악 마니아 언니가 늘 성가셨던 내가 이 이야기를 다 읽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음악이라면 대부분 소음으로 들리고 클래식이나 아주 유명한 음악 아니면 거의 듣지 않는, 그저 조용히 책만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음악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왠지 교과서처럼 김중혁이 언급한 음악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다가 거기에 금방 지쳐서 그냥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음악 문외한인 나도 글을 읽어내려가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그의 유머코드는 내 취향인 최민석과는 좀 달라서 딱 나와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최민석과 김중혁 모두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로 보이는데 비슷한 듯 다르다. 최민석은 재기발랄하고 김중혁은 종횡무진이랄까. 나는 재기발랄에 한 표이지만, 김중혁의 종횡무진도 좀 더 파보려고 한다. 그의 종횡무진이 어디까지 갈지 정말 궁금하다.

 

+ 최근 읽은 최민석 작가의 작품. 대학내일(맞나? ㅠ)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담을 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는데, 상담이라는 장르가 최민석과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상담대상이 다들 대학생들이라 그들의 고민과 나의 고민이 격차가 커서 더 그랬던 것도 같고, 재기발랄 최민석의 문체가 부각되지 못 하고 넥타이를 갑갑하게 매고 앉아 있는 최민석 작가가 연상될 뿐이었다. 다들 각자가 맞는 옷이 있는 것이었다. 최민석은 이 책에서 또는 이 상담코너에서 정말 많이 본인의 책을 홍보하고, 사 달라고 통사정을 자주 한다. 처음에는 이거 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에세이만 읽다가 소설을 읽고 실망하게 될까 걱정하던 내가 어느새 그렇게 원한다면 어디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의 원대한 계획이었다면 일단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