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읽게 되었다. 욕하면서 계속 읽기 도전이라도 되는지. 하지만 전에도 언급했듯이 내가 주변에서 구하기에 가장 쉬운 원서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말콤 미안) 하지만 역시나 그의 문체는 가독성이 있다. 특히나 이 책에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2008년 출간이니 12년이나 지났지만 다행히도 아직 유효한 내용이 많은 듯하다. 물론 이 책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만 시간의 법칙'이 이미 많이 공격받긴 했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이 만 시간 노력을 하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다 이루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두 살 때부터 게임에 몰입하는 수많은 한국의 아이들이 이미 모두 전문가가 되어 있을 터. 알려져 있듯이 에디슨의 99퍼센트의 노력보다는 남달랐던 그 1퍼센트가 무엇인가에 더 매진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99퍼센트의 노력없이 1퍼센트만으로 뭔가를 해 봐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어려운 이야기.

 

대한항공 괌 여객기 사건부터 한중일을 비롯한 논농사를 하는 동남아 국가 국민들의 성실성에 대한 이야기, 한자문화권에서 숫자를 읽는 방법부터가 수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다 들어가 있다는 언급 (그래서 아시아권 학생들이 구구단을 일찍 빨리 외울 수 있다. 심지어 19단까지.) 등등.

 

그래서인지 우리는 한국학생들의 수학 실력에 거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평균에는 맹점이 있다. 엘리트 수학에서는 특히나 기계적인 연산 말고 원리를 묻는 수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가 그렇게 큰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리터러시도 마찬가지다.

 

김영민 교수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훈민정음의 우수함으로  문맹률 최저를 자랑하는 우리이지만 어느 정도 수준있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보면 그 수치는 절망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낮다는 것. 우리 엘리트들의 수준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다는 것. 앵무새처럼 외우는 구구단과 글자 단순 판독 가능성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말그대로 그것은 기본이기만 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의 지성들은 그런 면에서 수준이 생각보다 아니 기대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는 그 반대인 듯하다. 전체 국민을 놓고 보면 평균이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상위 그룹의 능력을 따져보면 월등히 높다. 그래서 그 힘에 의해 그들의 나라가 망할 듯 망할 듯 망하지 않고, 이 현재의 문화와 문명을 일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원서를 읽어도 우리와 관련된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는 법인데, 어김없이  PDI(Power Distance Index ) 이야기가 나왔다. Power Distance is concerned with attitudes toward hierarchy, specifically with how much a particular culture values and respects authority.  우리의 이 수치가 브라질 다음으로 높다는 것. 4위는 멕시코, 5위는 필리핀. 이것때문에 하위직이 상사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거나 개진하지 못해서 항공기 추락사고가 났고 그래서 대한항공은 기내 공용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꾸면서 문제 상황을 해결했다는 일화가 소개된다. 고단한 상사가 애매한 이야기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소위 아랫 사람은 아무 건의도 못 하고 어영부영 하다가 사고가 나게 되었다는 일련의 과정들을 읽어나가면서 너무나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너무나 속이 상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한국인이라면 무슨 상황인지 다들 짐작이 갈 것 같은데 그래서 소위 '90년대생'들은 공시족을 자처한다고 한다.

 

그놈의 상명하복 때문에. 그놈의 갑질채용 때문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멕시코 다음으로 우리가 제일 많은 것이 주당 근무시간이란다. 이 상황은 주당 근무시간이 최근 줄어들면서 좀 나아진 듯도 한데 멕시코 다음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멕시코는 PDI도 높았는데 주당 근무시간도 많고 우리랑 정말 비슷하구나 싶었다. 남하한 엘에이 갱들이 형성한 마약 카르텔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그 멕시코 말이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이것이 내가 문득문득 아웃라이어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이 책도 아직까지도 의미가 생생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책도 아니었다. 아직도 이런 일화들이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는 것이 왠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나 말콤의 억지 아닌 억지에 끌려다니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물 흐르듯 읽어내려가는 책도 좋지만 계속 읽기를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더 좋은 책인 것이겠지. 그럼 또 말콤 책을 읽는다는 것인가? 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