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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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정통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엄밀히 말하면 청소년용 성장소설이겠지만 어른들도 성장 중이므로 어른에게도 필요한 장르이다. 96년생 작가에게서 이런 깊이의 소설이 나오다니 놀랍다. 소설의 작법을 제대로 구사한 듯하다.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좋은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 


좋은 소설이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수적일까. 플롯, 핍진성, 개연성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물들의 생동감과 뚜렷한 캐릭터도 꼽을 수 있겠다.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 말이다.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점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이라는 말은 좋은 말도 되고 나쁜 말도 되는 양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좋은 면에서 전형적이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청소년 소설은 이렇게 쓰세요 하고 보여줘도 될 것 같은 샘플 같은 작품이다.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 태어날 때부터 아니면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는 운명적인 것들과 싸우며 부딪치고 울고 웃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시리다. 어리기만 하다고, 아무 걱정없이, 아무 생각없이 사는 십대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의 내면은 이렇게들 복잡할 것이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경험의 부족으로 모든 것이 처음이라 그토록 시린 것이겠지. 그럼에도 그들은 놀라운 유연성과 회복력으로 성장을 해 간다. 아름답다. 


+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감동받아서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 책날개에 있는 창비소설선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창비소설선이라. 어느 한 권도 뺄 수가 없다. 다 좋다. 미처 다 못 읽은 두 권도 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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