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의 최근작들. 작년 출간된 '디디의 우산'보다는 올해 출간된 '연년세세'가 더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노래하는 세계가 점점 더 포괄적인 세계를 아우르는 듯해 좋다. 물론 '백의 그림자'나 '계속 해보겠습니다'를 읽었을 때의 충격은 없지만 그의 변주를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특히나 황정은은 대명사를 사용하거나 호칭, 지칭을 하지 않고 그냥 이름을 사용하는데 그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면서도 참 좋다. 늘 이름을 사용하기에 엄마, 아빠, 딸, 자식, 아들, 오빠, 누나, 언니, 동생 등등의 끈적끈적한 가족관계는 묘사로서 드러날 뿐이고 독자들은 상황을 읽고 가족 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그 불친절함이, 그 객관성이 마음에 든다. '엄마를 부탁해'가 아니라 엄마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더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개인으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온 한 인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렇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이름으로 불리워진 한 존재, 한 인간, 한 개인, 한 여성이었다. 황정은은 이 점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지만 작품 전체에서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 울림, 그 떨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