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가 처음 나올 때를 기억한다. 독립 출판 등등의 작은 출판사가 유행하면서 이렇게 산뜻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던 아무튼 시리즈. 얇은 분량에다가 책이라는 근엄성이라는 딱지를 떼고 독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책들. 그때의 그 가능성에 대한 흥분을 기억한다.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고. 아무튼 시리즈의 출범 이후로 자기만의 방 시리즈, 띵 시리즈 등등 마음에 드는 출판 기획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독자로서는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튼 시리즈 신간 소식이 들려오면 그 주제가 무엇이든간에 샘플은 꼭 읽어보는 편이다. 최초로 사서 읽은 아무튼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김민섭의 '아무튼 망원동'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망원동과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민섭의 조합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책 내용은 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저 좋았다. 그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김혼비의 '아무튼 술'. 그 다음은 '아무튼 요가'--샘플이 재미있어서 전자책으로 구매해 보게 되었는데 어쩐지 '아무튼 요가'는 닥치고 요가라기 보다는 닥치고 영어로 읽혔지만 아무튼 재미있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떡볶이'. 9년만에 귀국한 모국에서 처음 권유받은 음식이 떡볶이어서 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도합 장장 13년의 타향살이 후 고국에 돌아온 이에게 제일 처음 권하는 음식이 떡볶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떡볶이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띤 것 같았다. 거기에 요조 작가라니. 거기에 한국의 전자책 시장도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국 공공도서관에 가입해 대여한 첫 전자책이 바로 '아무튼 떡볶이' 였다. 떡볶이나 술 등은 자칭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와중에 출간된 것이기에 더 출간의 부담이 컸을 텐데도 어떻게 그 모든 다양한 전문가들의 압박을 이기고 출간했을까라는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몸소 보여주는 책들이었다. 결국 우리가 '아무튼'시리즈에서 바라는 것은 작가의 전문성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 사랑, 관심이기에.
아무튼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열정에 있다. 그 사랑, 그 열정, 그 관심.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고 만들 수도 강요될 수도 없는 것들. 그렇기에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아무튼 좋다는 데 거기에 누가 어떻게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마냥 귀여워질 뿐.
앞으로 아무튼 시리즈가 꾸준히 아니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란다. 그 무엇에 대한 인간들의 다종다기한 열정을 계속 보고 싶다. 지금 내 소망은 빈둥빈둥 구르며 몇날 며칠을 아무튼 시리즈로 현재 출간이 된 모든 책을 옆에 쌓아놓고 읽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걸 사랑하는,열망하는 사람들은 다 아름답기에. 그것도 사무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