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Hardcover) - 『비커밍』 원서
Michelle Obama / Crown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셸 오바마의 전기 A life를 아주 지루하게 읽어서 이 책을 읽게 되기 까지 근  삼 년의 시간이 흐른 듯 하다. A life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미셸은 블루 칼라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의 힘 하나만 믿고 미셸을 후원해 준 부모 슬하에서 잘 자라 성공해서 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흑인 여성으로 느껴졌다. 너무 모범생 이미지랄까. 그래서 더 이 책을 읽는 데 주저되었다. 게다가 발간 이후 미국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지금까지 리스트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기에 그런 분위기에 나까지 굳이 동참해야 하나 하는 오기도 한몫 했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의 팬이었던 나는 그의 자서전 두 권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었다. 그래서인지 미셸이 이 책에서 버락 오바마가 첫 책 계약 날짜를 맞추지 못해 빚더미에 오르게 되어 결국 글을 쓰기 위해 신혼 때 혼자 발리 섬에 들어가 넉달 동안 책을 썼다는 말을 했을 때 더 흥미로웠다. 이런 가십성 멘트라니.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미셸의 어린 시절 이야기, 2부는 변호사가 되어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버락을 만나 결혼해서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버락이 정치에 뛰어들게 되고 버락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3부는 백악관에 머무른 8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 


1부의 어린 시절은 전작을 읽어서 새롭지 않았지만 문체가 전작보다 더 자연스럽고 읽기 쉬웠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2부 becoming us 였던 것 같다. 정말 버락 오바마가 열일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은 버락 오바마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초봉이 일억이 넘는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걸으며 큰 비전을 제시하는 버락과 와인 정기구독과 유럽차, 비싼 피트니스 멤버쉽이 보장되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카고 한복판 고층 빌딩 투명창이 달린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못해 직업 노선을 변경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던 미셸의 만남은 예고된 것이었을 수 있다. 그들은 변호사라는 직업과 시카고라는 접점이 있었고 백인 중심의 변호사 계에서 흑인 로스쿨 출신들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언젠가는 만나게 될 그들이었다. 고등학교 때 만나 평생을 해로해온 부모님 밑에서, 동네에 무수한 친척들에 둘러싸여 자랐던 미셸이 아프리카 출신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 양아버지, 백인 어머니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교육을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하와이에 다시 돌아와 캔자스 출신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란, 그래서 당연히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버락을 설득해 결혼하는 과정이 상세히 나와있다. 인간적인 미셸의 면모가 가감없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연봉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고 보다 의미있는 일을 향해 나아가는 부부. 버락은 시카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버락이 시니어 렉처러가 되면서 시카고 대학 데이케어 비용을 절감하게 되어 가계에 큰 부담을 덜었다는 부분에서는 얼마나 그들이 가깝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얼마나 서민적인가. 미국의 비싼 데이케어 비용을 사회사업가와 상원의원의 낮은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웠다는 이야기. 수려한 외모에, 빛나는 학벌, 늘 흑인최초가 붙는 그 무수한 타이틀에, 로스쿨 일년 차였을 때부터 무수한 로펌으로부터 잡 오퍼를 받았던 천재 오바마여도 그도 역시 가족을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는 흙수저 가장이었었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무리 자수성가한 그들이라지만 금수저들이 아니기에 학자금융자를 갚아야 했다. 버락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그제서야 학자금 융자를 다 갚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기에 드라마틱하다고 말하기에는 정말 부족한, 정치를 싫어하던 미셸을 전국 투어 길에 오르게 만들고 결국은 버락이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웬만한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다. 


3부는 백악관 영부인 시절 자신이 펼쳤던 여러 사업에 대한 이야기(주로 마이너리티, 아이들, 군인 가족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시점까지 묘사되어 있다. 정원을 가꾸어 아이들의 비만을 막고 자신이 자랐던 시카고 남부 - 이제는 수십명의 십대들이 한낮에 총에 맞아 죽는 - 의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나온다. 교육에 대한 힘을 믿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남편의 정치적 활동을 지원하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자녀들을 도맡아 키우던 미셸이 인스턴트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게 되면서 딸이 비만 경고를 받게 되었던 일) 미셸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벌인 학교급식 개선 활동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오바마 부부는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 미국의 역사를 바꾼 사람들이라는 것. 외롭게 자란 버락을 미셸의 대가족 마인드로 품어 주어 그의 능력이 더 잘 펼쳐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역할보다도 자신은 그냥 아이비 리그 출신 영부인 정도로만 묘사된다는 그녀의 언급이 와닿았다. 미셸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인데 하루아침에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는 영부인이 되어서 황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전히 미국은 여성 대통령을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힐러리 클린턴도 그 벽을 깨뜨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요즘 미국의 상황이 그들이 발전시켜온 미국 역사를 그 이전으로 되돌린 것 같아 서글프지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라고 외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덧)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느라 다른 것에는 지식도 부족하고 관심도 없다. 그런 면에서 버락 오바마의 외교 정책은 비판을 많이 받는다. 특히나 동남아시아 정책에서는.  아는 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이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지만, 흑인들은 미국에서도 자신의 마이너리티 테두리 안에 라티노들은 넣어주지만 동양인은 넣어주지 않는다.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미국에서의 동양인인데 평등성을 외치는 흑인들의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요즘이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누구를 위한 누구에 대한 평등일까. 


그녀의 성장은 계속 되고 있으니 앞으로 그녀의 활약을 더 기대해도 될까. 미국인들은 혹시나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가 정치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언가가 그녀를 자극해 다시 정치로 되돌아 오기를 말이다. 


+ 프린스턴 대학 시절 자신만 흑인이고 여성이었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1) Poppy seeds in a bowl of rice 파피 시드는 정말 까맣고 알갱이가 작아 크고 하얀 쌀과 대조적이다. 그럼 동양인은 뭘까. millet in a bowl of rice 쯤 될까. 하얀 밥 속의 노란 좁쌀. 색깔 뿐 아니라 곡물의 알갱이 크기까지 대조적이라 깔깔 웃었던 대목. 


2) a cork floating on the ocean of another place. 정말 적확한 표현이다. 


3) everyday drain of being a deep minority 이것도 공감 백배. 집에 오면 정말 하루 종일 애썼다는 마음이 가득. 


++버락의 정체성에 대한 묘사. his Afro-Kansan-Indonesian-Hawaiian-Chicagoan... 대단하다. 버락 오바마..이 와중에 그렇게 잘 성장했으니. 그것도 미국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정체성이 그를 만든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a place for a black guy based in Chicago to try to define himself 맞다. 유색인종은 미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온몸으로. 


They have to push back against the stereotypes that would get put on them, all the ways they'd be defined before they'd had a chance to define themselves. They'd need to fight the invisibility that comes with being poor, female, and of color. 그렇지 않으면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흑인은 모두 가난하고 못 배웠을 것이고 음악이나 체육에만 소질이 있다. 동양인은 돈이 많고 공부를 잘 한다는 등. 이런 고정관념에 맞으면 그냥 당연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 존재감 제로가 되는 유색 인종의 현실. 고정관념에 맞아도 문제 안 맞아도 문제다. invisibility..정말 의도적으로 못 본 척 하는 사람도 많다. 


++++I grew up with a disabled dad in a too-small house with not much money in a starting-to-fall neighborhood, and I also grew up surrounded by love and music in a diverse city in a country where an education can take you far. I had nothing or I had everything. It depends on which way you want to tell it. 모든 것이 관점과 태도에서 나온다. 


+++++에필로그의 유명한 한 구절 

There's power in allowing yourself to be known and heard, in owning your unique story, in using your authentic voice. And there's grace in being willing to know and hear others. This, for me, is how we become. 


(덧2) 이제 넷플릭스 비커밍을 보러 고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