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주목 받고 있으나 이 책은 지극히 미국의 실정을 밝힌 책이다. 각종 운동경기로 인한 부상에 기인한 진통제 오남용,
약물중독, 마약중독 등은 아직 한국의 실정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많은 학생들이 미국행을 갈망하고 있고, 자신들의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알아둘 필요는 있다.
어떻게든 미국과 연관이 안 될 수 없고 이것이 어찌보면 몇 십년 후의 한국의 미래일 수도 있으니까.
그 이외의 부분들은 한국에도 다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첫 부분에 의학적인 내용이 조금 나와서 순서대로 읽으면 끝까지 못 읽을 수 있으나 관심가는 분야부터 순서없이 읽으면 어느새 다 읽게 되는 책이다.
의학이나 과학에 문외한이어도 말이다.
문장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깔끔하다.
이 책의 골자는 십대들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외계인이 아니고, 그들의 뇌는 아직도 발달 중에 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어른처럼 보이고, 실제로 십대들도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왜 십대들을 더 관심있게 보아야 하고 그들이 왜 더 잘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구체적인 근거를 대며 밝히고 있다.
뇌과학이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청소년들의 도대체 이해가 될 수 없는 행동들이 그들의 잘못이나 경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뇌발달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 글은 매우 설득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뇌는 어린 시기에 다 발달된다고 생각해서 조기교육에 몰입했던 시기를 지나 현 시점에서는 중고등학생 더 나아가 대학생들 조차 아직 뇌발달의 단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
그들의 뇌가 얼마나 스트레스에 약하고 얼마나 약물 중독에 취약한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십대들은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보다 더 잘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긍정적인 측면만 보다가 사고를 내거나,
직관이 부족하다거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처나 앞으로의 대처방안 등을 모색하는 데 서툰 것이 단지 그들의 경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
발달 중인 뇌 때문이라니. 단적인 예가 그들의 뇌는 어른보다 더 많은 잠을 필요로 하지만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은 어른보다 늦은 시간에 나온다. 그런데 학교는 일찍 시작하고. 만성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이 십대들의 상반된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뇌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도식적으로 연결하자면 수면부족은 모든 행동장애,
심리장애의 원인이 되고 행동장애,
심리장애는 더 큰 문제,
약물 중독,
우울증, 범죄 등등을 야기한다.
그들의 뇌는 알코올,
각종 약물 중독에 더 취약하단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담배를 피워도 그들의 뇌가 중독 상태로 재배치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호기심이 강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서 담배나 각종 약물을 경험하게 되는 십대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사실이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피어 익스포우저(peer exposure)를 가장 조심해야 하는 측면이 여기에 있다. 또한 부정적인 측면을 받아들이고 예상하지 못하는 그들의 뇌의 특성 때문에 쉽게 약물중독에 빠지게 된다. 단순히 몇 번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서 복용했던 약이 중독을 불러올 수 있다. 시작은 늘 그렇듯이 미약하다.
특히나 한국 부모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우리의 뼈 속까지 파고든 디지털 미디어 위력이다. 영화 '서치'에서도 그 충격적 실상이 많이 드러났지만 디지털 기기가 실제로 얼마나 지대하게 십대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십대들의 부모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십대들의 부모들과 달리 그들은 본 디지털(born digital)이었다.
미국 실정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십대를 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느껴질 정도다.
무탈하게 잘 자라온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 치명적으로 위험한 사회에서 잘 자라준 이 땅의 모든 십대들에게 고마워진다. 그리고 어른들은 고민해야 한다. 이 연약한- 그러나 무한 가능성을 지닌- 뇌를 가진 우리의 십대들을 어떻게 잘 이끌어 줄 것인가를 말이다.
게다가 각 챕터 마지막 부분에 실질적인 부모행동지침이 제시되어 있다. 단순히 뇌과학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탁상공론에 그치는 책이 아니라 저자 또한 십대들의 어머니였던 경험을 살려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