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도티의 마술 가게로 번역되었던가. 뇌를 수술하는 의사 이야기라 영어로 읽기 부담스러울 것 같았고 초반부
진행이 느려서 흥미유발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의학 용어는 그리 많지 않았고 아주 쉽고 간결한 영어로 쓰여
있어 원서로 읽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정도였다. 위그든씨의 사탕 가게처럼 마술 가게라고 하면 뭔가 흥미진진한
동심의 세계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반 정도까지는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것이었다.
누구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던, 아파트에서 쫒겨나지 않기만을 바라던 12세 소년 도티에게 그것은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책에서 보아왔던 방법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우울증으로 자리보전만 하고 자살 시도만 일삼는 어머니, 게이라서 따돌림 받는 형과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일찍 결혼해 근근히 살아가다 비만과 면역체계의 문제 때문에 일찍 죽은 누이.
극도의 가난에도 불구하고 12살 때 마술 가게에서 여름 내내 배웠던 마인드 컨트롤로
도티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과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것을 토대로
대학에 진학하고 의대에 진학하고 결국에는 꿈꿔왔던 의사가 되고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그 옛날의 루쓰와의 약속을 지키게 된다.
의대 다닐 때도 죽다 살아나고. 이 대목까지만도 극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사업 이야기에
가면 정말 이 사람은 영화같은 삶을 살았구나 싶었다. 무수한 닷컴 회사가 창궐하던 시기에 사업을 해서 백만장자가
되지만 그 버블이 꺼지자 무일푼의 빚쟁이가 된 도티는 다시 정신을 차려 루스의 가르침에서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되고
돈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그
돈을 모두 기부하고 다시 의사로, 대학으로 돌아가 재단을 설립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것이 도티 자신과 더불어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달라이 라마도 그의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도티의 마인드 컨트롤에서 느꼈던 그와의 공통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죽음 직전까지 갔었던 사람들의 경험(NDE, a near death experience)을 신비하게만 다들
이야기하는데 뇌의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었던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이런 기분으로 죽음에 이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신을 만나는 체험을 했다는 글들도 많이 읽었는데 그것은 본인의
믿음과 연관되는 것이라니 그 부분의 궁금증도 좀 풀리는 느낌이고. 믿음이 마지막까지 큰 역할을 한다 싶기도
했다.
또 보통은 뇌가 우리의 온몸에 신호를 보낸다고만 알고 있지만 사실은 심장이
뇌에게 보내는 신호가 더 많다는 언급이 나온다. 그래서
뇌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된다.
It’s easy to connect the dots of a
life in retrospect, but much harder to trust the dots will connect together and
form a beautiful picture when you’re in the messiness of living a life.
이 대목은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이라 와닿았다. 대가들은 결국 서로 다 통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