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ed: A Memoir (Hardcover)
Tara Westover / Random House Inc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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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개천의 용이야기이구나 싶었다. ‘힐빌리 엘레지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글래스 캐슬’. 하나같이 같은 점은 이게 실화인가 싶게 소설적인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글래스 캐슬이나 힐빌리 엘레지는 그냥 가난해서 아이들이 방치되는 정도인데 그래도 학교도 가고- 이 책은 몰몬이라는 종교가 등장해서 독자들이 읽어내려가기가 더 쉽지 않다


이 책은 몰몬에 대한 책이 아니다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절반은 몰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몰몬교를 믿고 그 믿음 아래 7남매를 키웠고 저자 태라가 그 7남매 중의 하나이니 어쩔 수 없다.  7남매들은 모두 부모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에서 자라난다.  일부는 거기에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치거나 다른 일부는 별 다른 거부 없이 받아들이거나 하는데, 둘 중 어느 경우라도 그 영향력은 거의 그들의 인생 전부이므로 이 책은 몰몬에 대한 책은 아니라지만 몰몬에 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개천의 용 신화에도 불구하고 어메리칸 드림은 이제 다들 끝났다고 해도 작가와 같은 사람들이 늘 있고 그들의 성공신화가 이렇게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어느 면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녀가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뭔가 직업을 찾길 바랬는데 (힐빌리 엘레지의 저자는 변호사이고 글래스 캐슬의 저자는 교수이다) 그냥 박사학위를 받고 이 책이 그녀의 첫 책이다라는 소개 말고는 어떤 최신의 정보도 더는 없었다


엄청난 학비와 비효율적인 시스템 덕분에 미국 고등교육이 더이상 계층간의 이동 불가능성을 해소할 대안 중 하나로 여겨지지 않게 된 지 오래이지만 이런 책을 읽어보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미국 교육 시스템이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잘 운영되고 있지 싶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 캠브리지와 하버드를 넘나들며 학위를 딸 수 있는 곳은 그래도 여전히 미국 뿐이 아닌가 싶다.


You are not fool’s gold, shining only under a particular light. Whomever you become, whatever you make yourself into, that is who you always were. It was always in you. Not in Cambridge. In you. You are gold. And returning to BYU, or even to that mountain you came from, will not change who you are. It may change how others see you, it may even change how you see yourself-even gold appears dull in some lighting-but that is the illusion. And it always was.


이런 빛나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역시 교수님. 태라를 더 넓은 학문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17살에 객관식 대학입학시험 ACT 두 번 본 것으로 대학에 입학한 태라가 겪는 문화 충격은 실로 대단하다. 그녀를 이끌어 주는 친구들, 교수들, 목사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 사이의 갭은 절대로 극복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 없어하는 태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그녀의 남다름을 알아본 교수님들이다. 우리 나라 같았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극빈층에게만 유효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장점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비슷한 책들과 비교했을 때 다른 책들보다 독자가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종교가 중간에 놓여있었기 때문인데 그녀의 아버지는 이단적 몰몬교 신도이며 극단주의, 조울증, 편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도 그녀가 대학이라는 곳에 와서 심리학을 들으며 그 증상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일 뿐이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서도 죽더라도 병원은 가지 않겠다는 그녀의 아버지였으니 그럴 수 밖에.

태라의 어머니는 민간요법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 젊었을 때는 미드와이프-산파 일을 해서 어려운 생계에 숨통을 틔워주기도 하고 말년에는 집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고철을 줍고, 남은 개스를 빼내고 폐차를 하는 등의 힘든 일에 아버지 본인과 더불어 모든 자녀들을 동원하면서 본인을 포함한 자녀들 모두 위험한 상황에 여러 번 놓이게 되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그녀의 민간요법으로 그들은 신기하게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그녀의 민간요법들이 더 빛을 발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은 사탄이고 여자들은 발목위로 올라가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되고 정부나 공교육, 의료기관에서 하는 일은 모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병원에도 보내지 않는다. 치명적인 화상, 사고 후에도 그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 병원에 가느니 그냥 죽겠다고 한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을 한다지만 그것도 흐지부지 되고 만다. 그들의 독특한 믿음에 자녀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그들은 알까. 요즘은 자녀의 앞길을 만들어주고 부모가 너무나 많은 간섭을 하는 것이 문제라지만 이렇게 수수방관하거나 아이들을 돈벌이에 내몰고 방치하는 것도 무시무시하다.


학교라는 곳을 난생 처음 다녀보고 객관식 입학 시험만 두 번 봤던 태라가 대학이라는 곳에 와서 적응하는 모습은 실로 눈물겹다. 거기에 몰이해에 가까운 부모,형제와 극도의 가난이 있다. 게다가 사이비 몰몬처럼 느껴지는 세뇌에 가까운 가정교육의 영향과. 극도의 가난으로 인한 고통은  생활비 지원을 받게 되면서, 그녀가 대학생활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그 이후로는 캠브리지로 하버드로 학문적으로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아버지와의 갈등, 학대를 거듭하는 오빠와의 갈등이 불거지게 되고 가족과 점점 소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가족으로 부터 거절당했다는,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고통 때문에 2년을 고통 속에 방황하게 되지만 결국은 어느 정도 극복하고 박사 논문을 써서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된다.

외할머니의 장례식 때 어쩔 수 없이 다시 모이게 된 태라 가족들. 똑같이 공교육을 받게 하지 않은 7자녀들 중에 3명은 자신의 힘으로 모두 박사를 받았고 나머지 4명은 고졸 학위도 없이 부모의 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부모가 믿는 것처럼 정말 신의 뜻이었는지 노후에 사업이 잘 되어서 부모가 평생에 없던 경제력을 갖게 되어서 4자녀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그 자녀들과 그 자녀들의 무수한 자녀들(몰몬교도들은 자녀가 많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볼수록 끔찍하기만 하다..태라는 3명과 4명을 구분하는 기준은 교육을 받았느냐 아니냐라고 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는데. 교육이 도대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만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며 이 책은 마무리된다. 

공교육이 세뇌를 한다지만 내가 보기에 종교가 사람들을 세뇌한다. 그래도 정말 신이 있는지 웨스트오버 가문이 벼락부자가 되어서 다행이다. 다 엄마의 민간요법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빛을 발해서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태라 가족은 애저녁에 파탄이 났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절대 가난 속에서 살았는데 자녀들이 다들 자립해서 살아갈 나이가 됐을 때 부유해지다니 아이러니다. 아무리 정직한 흙먼지, 손때 라지만 딸에게 고철을 나르고 험한 일을 하게 하다니 그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말고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아미쉬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믿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그 힘은 참으로 놀랍다. 아버지의 믿음 때문에 태라는 정말 굽이굽이 많은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앞으로 어느 길을 구비구비 돌아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어떤 삶에 안착하게 될지 궁금하다. 


From the moment I had first understood that my brother Richard was a boy and I was a girl, I had wanted to exchange his future for mine. My future was motherhood; his, fatherhood. They sounded similar but they were not. To be one was to be a decider. To preside. To call the family to order. To be the other was to be among those called. 


이 구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숨막히는 설정을 더 공고히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종교가 아닐까. 남자는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가슴이 턱 막힌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다. 


할머니 장례식에 모인 모습을 보면 태라만이 가족 중에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지 않은 듯하다. 다들 몰몬교도들이라 다자녀 가구였는데 태라만이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낳지 않았다.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녀도 이제 30대에 들어섰지만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유년기에 불행한 사람은 평생을 노력해야 행복할 수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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