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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ie Colored Glasses (Hardcover)
Brianna Wolfson / Mira Books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보통 도서관에서 전혀 정보없이 집어든 책을 다 읽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번 책이 그랬다. 모르는 작가의 처녀작인데도 베스트셀러라 도서관
반납연기신청도 안 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쁜 와중에 2주(1회 대여기간)안에 다 읽게 된 케이스. 아주 쉬운 영어로 되어 있어서 누가 좀 읽어줬으면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신간이라 오디오북은 아직 도서관에 없었다.
히피같고 사랑스럽고 좌충우돌이며 그래서 범상치 않은 로지는 정반대 성격의
원칙남 렉스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결혼하게 된다.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맨해튼을 벗어나 버지니아 근교에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그녀의 삶은 삐걱이게 되고 첫 딸을 낳고 키울 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둘째 아들을 낳은 후부터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은 비코틴 약물중독이 되어 이혼하고 리햅을 전전하다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자살하고 만다. 그 이후 가족들이 로지를 떠나보내고 딸과 아버지가 화해하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내리는데 읽는
내내 영화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출간되는 대부분의 소설이 영화화를 염두에 둔다고하긴 하는데..
미국이 가진 여러 문제 중에 약물중독의 심각성도 그 중 하나인데 약물중독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백인중산충 가정은 일반적으로 도시 근교에서 사는데 그곳의 삶이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얼마나 낯선 것, 남들과 다른 것에 배타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록산 게이가 그의 작품 헝거에서도
말했듯이 메니큐어드 된 잔디가 펼쳐져 있고 가장 안전해 보이는 그곳 미국의 서버브가 더럽고 위험해 보이는 도시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렉스와 로지의 첫 보금자리였던 맨해튼 근처의 아파트에서 다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결말이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가장 아쉬웠던 점은 로지가 어떻게 자라서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모에
관한, 친척,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부부와
자녀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더 응집성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롯이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 가족 중심의 미국에서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리고 더 아쉬웠던 점은 어디에도 그들이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와있지 않다는 점.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로지는 수시로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했다.
그만둔다는 말도 하지 않고 직장에 나가지 않았고 허드렛일을 가끔 하는 정도라는 언급 외에는 어떻게 렉스가 맨해튼 근처의
아파트를 오래 소유할 수 있었는지, 그러면서도 버지니아 근교에 집을 마련하고 이혼 후 로지는 누구의 집에서
살아갔었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약물중독의 문제는 먹고 살 만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건지..미국 뉴스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진통제 오남용이다. 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는
어디서나 살 수 있으므로 오남용이 심각하다.
로지의 자유로운 영혼이 아름다운 면이 많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어디서부터
꼬여서 그렇게 됐을까. 어디서 멈췄으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로지인 것처럼. 결혼과 출산은 정말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자신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분명히 알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남들이 제시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틀 말고
자신의 틀에서 살려고 해 볼 일이다.
로지의 비극적 죽음도 마음 아프지만, 혼자 고군분투했던 렉스가 안쓰럽다. 엄마가 인생의 전부였던 딸 윌로우도 너무 안 됐고. 그래도 결말은 남은 가족간의 화해여서 다행이었으나 왠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