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사는 동안 보고 듣는 많은 일 중에

  눈으로 들어온 것은 눈에만 머물게 하라.

  귀로 들어온 것은 귀에만 머물게 하라.

  눈과 귀로 들어온 것들이 마음속까지 파고들면 고통과 번민의

  씨앗으로 자라나고 만다.

  그런 것들에 마음과 감정을 심지 마라.

                                     - 우다나바르가 제36장

 

 

  어려서 부터 나는 결코 손해보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항상 이 일과 나는 어떤 연관이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십원한장이라도 손해가 난다면 한걸음 물러선다. 혹 어쩔 수 없이 했을 때(?) 내가 들은 말중에  한마디의 말이라도 억울하다 싶으면 가슴에 새기고 다음번을 기약한다. 그리고 꼭 그에 맞거나 더 이상한 말로 되 갚아야 속이 시원하다. 억울한 일이면 잠을 못잔다. 이런  내가 무섭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나의 못된 습관은 어마어마한  광풍이 되어 돌아왔다. 바로 내 아이들이 내게 꼬치꼬치 따지고 묻고 반복해서 원하는 것을 차지할  때, 마치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길을 가다 옆에서 싸움이 나거나 가게에서 물건값을 흥정할 때 옥식각신 하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대도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불안하다. 혹시 나에게 불똥이 튀거나 어떤 중재를 원할까봐 그런다. 몇번의 경험이 낳은 트라우마다.

 

   눈에 들어온 것만 귀로 들은 것을 귀로만 끝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슴에 남기지 않고 깔금하게 닦아내는 휴지처럼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수행이 가까운 일이다. <생각을 쉬게 하라 >(2013. 7)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문구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요즘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아픈 가족에게 난  어떤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저 손 놓고 있어야 한다. 그저 기도한다. 살게 해 달라고..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울고 어디에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만큼 답답한데도  내 마음을 나도 다스릴 수 없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 바로 엄마다. 세상에 가장 불쌍한 엄마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시라고 해도 하지 못하신다. 물을 흐리는 것은 바람이나 나뭇잎이 아니라 바로 내가 담그고 있는 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신다.  그 물을 다시 맑게 하는 것은 가만히 발을 빼는 것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착한 자식이든 못된 자식이든 뛰어난 자식이든 무능한 자식이든 언제나 '오냐, 이리 오거라.'하며 가슴에 품어 준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 개의치 마라. 껍데기에 마음을 뻇겨 상대를 평가하지 마라. 살아 있는 것은 고귀하다.

                                                        - 수타니파타 제 3장

 

   어두운 굴을 지나고 있는데 혼자 간다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일인가. 손을 잡아줄 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깜깜한 데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다행히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다. 다만 손을 뻗지 않는 자존심이 방해할 뿐이다. 또 무엇보다  흔들리는 마음때문에 살기 어렵다. 사람이니까 ..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가 되어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라.

   흙탕물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이 되어라.

   늘 자애와 자비를 실천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꾀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라.

 

                                                          -수타니파타 제 1장

 

   이리저리 흔들리고 다치는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제목부터 편안해 지는 책이다. 문구 하나 하나를 천천히 읽어가며 평정심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음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흐린 눈을 다시 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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