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맞는 죽음
한스 팔라다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홀로 죽음을 맞는다. 피하려고도 해서도 안되고 피한다고 되는 것도 안되는 죽음의 양면성을 안다.   전쟁중이다.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승전을 축하한다.  사람들은 특히 대중은 전쟁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일들에 더 관심이 많다. 누가 누굴 고발하고 나는 너와 달라 짖밟혀도 된다는 식으로 물건을 몰래 훔치고 내달 팔아도 아무 죄책감도 없다.

 

  왜? 나는 게르만이란 우월한 민족으로 태어났고 전쟁에서는 계속 승승장구중이니까 히틀러 총통만 있으면 우리는 모두 최고가 될 수 있으니까

 

  유태인의 대량학살을 다룬 많은 영상매체를 보고 느끼는 한가지는 어떻게 하나같이  힘없이 당하기만했나와  또  그런 압박과 핍박에서 살아 그들의 참혹한 진실을 알린 위대한 민족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늘 똑같다.

 

  독일인이란 입장에서 다룬 몇권의 책을 읽었다.  모든 것이 사라지듯  찬란한 미래가  늘 그대로 영원하리라 여겼던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안 뒤에 오는 혼란의 시간들은 어떨지 조금 공감했다.  지금 다시 그 시간대로 돌아간대도 누구나 장담할 수 없는 대중에  휩쓸림을 나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정의라는 이름으로 나는 저항의 편에 설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책 한스 팔라다의 <홀로 맞는 죽음>(2013. 6 로그아웃)이다.

 

  생생한 학살의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무표정의 군복차림까지 한 세트로 표현되는 나치군들의 모습이 나오리라 예측했지만 전혀 다르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서  대단히 차분하게 시작하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여준다. 오히려 긴장감이 고조 되는 효과가 있다.

 

   하나뿐인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방엘 부부는 절망한다.  우울하고 슬픈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수라도 생길라치면 어떻게서든 돈을 뜯어 내려는 기생충같은 이들이 나타난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여기 저기 빌붙어 살아가는 이들과 달리 이웃을 훔쳐보고 어떤 이상행동이라도 놓치지 않고 감시하는 이들도 있다. 이유는 하나, 총통을 위해서다.

 

   아들을 하나만 낳은 것도 아이를 낳지 않은 것도 죄가 된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피같은 자식을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고사하고 이렇게 저렇게 둘러댄 가짜 편지도 다시는 받아 볼 수 없게 되 버린 크방엘부부는 비밀리에 저항의 엽서를 쓰게 된다. 걸리게 되면 무조건 사형임을 알면서도 ..

 

   삐라와 같은 엽서를 발견한 뒤로 이들을 뒤쫓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여러 여자들을 전전하는 에밀클루게가 걸린다. 또 가장 친한 바우크 하우젠이 그들 뒤쫓는 개가 된다. 서로 뜯고 뜯기기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아비와 자식간도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어떤 시대에도 있었고 물론 지금도 있는 어떻게하면 쉽게 살아보려는 이들의 최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꼬리가 잡힌 이 부부가 겪는 고문과 감방생활은 어두컴컴하고 무섭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말도 안되는 배후를 찾기 위해 잔인한 말도 서슴치 않는다. 자신 때문에 무고한 이들이 잡혀오고 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부부는 모두 형상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독일 국내에서 전후 나치체제를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라고 한다. 독일내에서 숨죽이고 살았던 소시민의 생활과 시대에서 저항했던 이들이 겪은 참혹한 최후까지 실감나게 표현되는 대화와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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