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내 욕심이 과했나.   제목이 주는 매력에 끌려 읽기 시작한 후 몇 장 넘기다가 잠시 접어 두었다가 다시 펼쳐야 했다. 어떻게 이렇게 매일 진지할 수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개인의 이야기의 정점이랄 수 있는 일기에 가까운 글을 읽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된다. 워낙 오늘은 어떻게 지내고 어쩌구 하다가 내일을 다시 내일에 태양이 뜨겠지하는 식으로 끝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전부인 데 익숙한 보통사람으로서  저자의 다방면에서 박학다식함으로 뭉친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잠시 접어 두었다가 다시 펼쳤을 때 - 사실 번역가의 에필로그 부분을 지나쳤다 - 예습격이랄 수 있는 번역가의 말을 빌면, 독특한 열독의 체험을 하게 될 거라는 데 뭔가 빛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그래 작가특유의 사유에 깃든 언어의 마술사와 같은 현란한 글발에 기죽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한 편 한편을 읽어보는 거야 하고..

 

  희미하게나마  비치기 시작했다. 8월에 시작하여 12월에 끝나는 100편에 가까운 사유의 나열에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삶이 곧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쓰러진 나무를 보고 나무와 인연을 맺은 나무 열매, 햇빛과 빗물, 공기 등등의 결합으로 태어난 존재이며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주의 삼라만상은 인연으로 결합하고 생성했다가 인연에 의해 분산되고 소멸되기에 한 그루의 나무에 혼자라로 향을 피우고 추모해야 할 것 같다는 데 그의 사유의 깊이는 어디까지 확장될런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말았다.

 

  또, 대중음악, 영화, 책을 넘나드는 가운데 오히려 한 권의 책을 2~3일에 걸쳐 재해석하는 9월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중간 중간에는 자기고백에 가까운 미인대회에 심사위원으로 나갔을 때 느꼈던 점, 자신의 어렸을 때 부터 가지고 있는 병력에 대한 부분에 이르러서야 조금 친밀해진 것을 느끼면서 편하게 다가왔다.

 

  친구의 출가에 관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인 법한 경우라 생각한 저자의 허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수도자가 된다는 것,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용서의 길을 떠나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내가 본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 대해서 이제는 편지라는 것을 쓰지 않는 젊은 이들에게 편지의 의미,특히 연애편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긴 페이지를 통해 이용해 사유하고 있다.

 

  철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삶의 이야기는 역시 나와 많이 다르구나. 생각의 깊이도 폭도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아..  그래도 나는 알랭드 보통도 보통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중국의 알랭드 보통이라는 량원다오도 역시 이해하기에도 마찬가지구나 역시 난 역부족이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