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실패하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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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여자아이가 있었다.  말괄량이 소녀 삐삐와 초록색 지붕집에 살았던 빨강머리 앤이다. 두 소녀는 주근깨가 있어서  친근한 점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두 소녀는 개성이 강하고 혼자 뭔가를 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부러움의 극대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나도 나중에 할 수 있을거야하는 희망도 가졌던 것 같다.

 

  4살짜리 꼬마에게 게임을 하다가  "Fail"이란 단어가 나오자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아주 쉽다는 듯 "다시 하라는 거야"라고 대답하더라는 짧지만 강한 대답에 어른이라면 당연히 한숨섞인 대답에 그만 화를 냈을 표정이 생각나 그만 얼굴이 화끈거렸다.

 

  소년탐정과 실패라는 제목을 보면서 왜 그렇게 지었을까 자문하다가  생각난 삐삐, 앤, 그리고 이름모를 4살짜리 꼬마가 생각났다.

 

   아직 죠 메노라는 작가의 스타일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풀어야 하기도 해야 하는구나 싶다가 조각퍼즐이 다 완성되었을 대 그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어느 인물 한명도 정상(?)이 아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이 다 각자의 세계를 고수하고 있다. 빌리 아고 남매와  비교되는 에피 멈포드남매는 똑똑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둘 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이상한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빌리와의 만남도 처음부터 남달랐다. 서로 마치 운명처럼 만났다.   처음 만난 빌리에게 사건을 의뢰하기도한다.

 

  주인공 빌리는 30살의 나이지만 풀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동생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그와 같이 생활하는 재활원 사람들, 하다못해 간호사도 남자친구와의 여러 일로 눈물이 마를날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빌리가 취직을 한다는 점인데 그곳은 가발을 파는 (전화로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텔러마케터직)데 동료 래리역시 어딘가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누군가 보내온 쪽지에 적힌 암호를 풀어 보았지만 (뒤쪽 표지 날개에 암호를 푸는 회전판을 오려서 맞춰보면) 딱 떨어지는 답은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힌트도 없다. 끝까지 읽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나처럼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는 사람은 속도가 빠라지는 장점이라고 할수도

 

  사랑하는 여인 페니 메이플과 하는 버스안에서 연애도 범상치가 않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녀와의 키스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지만 늘 주인공 빌리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동생 캐롤라인.. 풀어야 하지만 풀리지 않는 더 복잡하게만 보이고 꼬이게 만드는 환상과 꿈까지 헷갈리게 만든다. 심지어  아고 남매가 신문 1면을 장식한 사건들이 뒤섞이기도 한다.  

 

  사건 사이 사이에는 심각한 상황인데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다. 빌리에게 버스에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몰라 내리는 방법을 묻는 폰 골룸교수, 죽은 남편이 죽을 때 같이 있지 못한 것을 대신해 다른 여자의 물건을 훔치는 페니에게 빌리는 " 당신은 나의 마음도 훔쳤다고"하면서 우는 장면이다.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고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빌리, 그를 둘러싼  많은 일들은 벗어나는 것은 어린시절의 꿈, 모험들과의 이별을 말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희망은 없어보이는 답답한 현실에서 환타지에 빠지는 것이나 죽은 것이상 괴롭고 힘든 상황이었던 빌리에게 사랑하는 여인과의 다시 시작이야말로 그에게 가장 큰 약이었던 것이다.

 

 p 321

   죽음이 없다면 인간이 살아 있음을 진정으로 고마워할 만큰 강력한 위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른도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도 척척 해결하고 지나치지 못하던 천재소년 빌리와 여동생, 펜튼에게 감당하기 어려웠던 미해결문제들이라는 난관, 결국 죽음이란 안타까운 결정을 한 동생 캐롤라인을 사실 나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힘들다.  다만 빌리에게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의 죽음이 얼마나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는지 그래서 그 죄책감에 미쳐버리게 했는지 숨막히는  아픔으로 느껴져 읽는 내내  빌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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