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이란 진미령씨의 노래를  난생 처음 들었을 때 별로 관심없이 듣는데( 아마 그때 밥을 먹으면서 라디오서에 흘러나오는 걸 들었었다) 끝에 가서 시집가기 전날이라는 가사가 나오자 먹던 밥이 쿨럭 거리면서 코가 찡 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 여자가 되는 건 신체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키워준  내 부모님을 떠나는 것이구나하는 것임을..

     작은 크기의 새빨간 앙증맞은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라는 문구가 먼저 들어오는 <마이 리틀 레드북>(2011.5 부키)는  100명의 솔직한 초경이야기다.

   임신을 하고 배속에 아이와 처음 마주한 날은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10달동안 똑바로 못자고 자다가 자주 깨고 변덕스러워지는 기분등등 그리고 출산의 고통은 여자들이 며날 며칠 얘기하고 또 해도 지루하지 않는 데 비해 초경이라니 사실 기억이 가물거린다.

   한 달에 한번은 꼭 거쳐가야하는  월경은  달의 주기가 내몸을 지배하는 걸 느끼게 한다. 정확한 시계같다.  진미령씨의 노래 가사처럼 아버지가 꽃다발을 안겨주는 경우는 아주 현대적인 상황이고 내경우 딸만 키우는 아버지로서 모른 척해야 하셨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름이었고 중학교 2학년때쯤이었는데 그날 내 기분은 아 이제 나도 올것이 왔구나 하는 정도였지 무슨 대단하게 자랑하고 내세울 것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학교에서  호들갑을 떠는 친구가 있었는데 화장실까지 찾아와서 이러쿵 저러쿵 물어보는 차에 무척 챙피하게 만들고 반전체가 다 알도록  떠들고 다니며  부럽다고까지 할 정도여서 나는 한동안 그 친구를 멀리한 적도 있었다.

   책에 나오는 이미 폐경을 겪은 이들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기억하는 많은 에피소들를 읽고 있으려니 기억은 사실보다 흥미롭고 재미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변기에 빠져 전화번호부가 된 경우는 세탁기에 아이 기저귀를 잘못 넣고 빨았다가 난감했던 기억이 생각나 웃었다. 다른 빨래에도 모두 엉겨서 일일이 다시 빨고 널어야 해서 하루 종일 빨래만 했던  그날이 어떻게 보면 가장 한가했던 오후였다. 

    결혼하기전에 갑자기 알 수없는 열이나서 엄마손에 이끌려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놀란 사실은 이래서 아줌마가 되면 뻔뻔해지구나 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제 딸아이가 크면 나는 어떤 얼굴로 대처해야 하는지 더 큰 관문이 남았다. 아이와 서로 초경을 얘길 할 때쯤 내 나이를 가늠해보니 으.. 상상하기 싫다. 아무래도 이 책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선물해줘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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