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라오가 좋아
구경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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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녀가 도망을 치고 있다. 둘이 도망다니는데 이유가 있지만 둘의 관계가 그러니까 같이 다니면 안되는 관계다. 남자는 지금 부인의 남동생, 처남의 처인 처남댁과 같이 있다. 누가 봐도 이거는 안된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가족을 위해 해외에서 오랜 시간 외롭게 일을 하며 돌아왔더니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고 가족에게도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소원해졌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한구석에 있던 주인공 나는 어느날 불쑥 찾아온 처남댁 아메이와 막무가내 떠난다.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는 <라오라오가 좋아>(2010.5 현대문학)은 어떻게 보면 외국인 며느리의 아픔이 깔려 있으면서 읽는 중간중간 재미있는 표현이 더해져 속도가 붙는 소설이다.

 

  갑자기 회사로 찾아와 더는 못살겠다고 속았다면서 원망을 늘어놓는데 나는 아무런 도움도 힘도 되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는데 술을 먹고 어떻게 하룻밤을 같이 있게 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떠난다.

 

  여동생이 그들이 휴대폰위치 추적을 이용해 부산으로 가게 된 그들을 뒤쫓고, 부인은 탐정을 고용하기까지 하지만 번번히 놓치고 마는데..

 

  부산에서도 안전하지 못한것을 알고 일본으로 가는데 결국 얼마못가 돈을 떨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다시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그들은 남은 희망이라곤 천만원이 있는 통장이다. 간신히 중고차를 하나 장만하고 정한데도 없이 떠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도망자 신세다. 둘의 티격대격하는 말싸움이 꼭 장난하는 것처럼 같다. 아메이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남편과 만나는 친구들과의 외국인 며느리로서 이땅에서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모두 소장님의 탓으로만 돌리려하는 게 철없이 보인다.

 

  더이상 갈 데도 없고 모텔에 갑자기 사라진 아메이를 찾기 위해 근처 힘깨나 쓰는 깡패들을 찾아가 아메이를 내놓으려고 하고 흠씩 두들겨 맞고 돌아온다.( 마치 풍차를 보고 달려가는 돈키호테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아메이는 남편인 처남이 데려가 간 것을 알게 되고 처남을 찾아간 그는 아메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이없게도 데려가 달라고 전화한 사람은 다름아닌 아메이였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일하던 공사장에서 죽은 인부의 딸로 그녀를 동정한 것인지 아니면 한눈에 반한 것인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에도 보내주고 한국으로 데려와 처남과 결혼을 시켜준 것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인 그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그녀에게 해준 모든 일들은 그녀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 하나였다는 것을 몰라 준 아메이가 그저 안따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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