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 - 이유없이 우울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한 책
베브 아이스베트 지음, 김은령 옮김 / 명진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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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이 너무 얇아서 사기가 망설여 졌었다. 역시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얇은 만큼 내용 자체는 그리 심도 있다든가 정밀하다든가 하지는 못하다. 우울증의 심리에 대한 분석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우울증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아닐 것이다. 따뜻하지만 객관적인 위로와 마음의 짐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쾌활함. 그리고 지금 자기 상태에 대한 간결한 정리. 이 책의 미덕은 이런 간결함, 단순함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가볍게 이 책을 탁 덮고 일어섰을 때 독자에게 실제적인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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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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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단편집은 한 가지 일관된 이미지로 밀고 나간다. 그것은 물에 대한 공포다. 크게 보자면 '물'이라는 한 가지로 묶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집에서 물은, 그리고 그로 인한 공포는 여러가지 얼굴로 나타난다.

물은 녹이 슬어가는 배수관 틈을 통해 똑똑 떨어져 기분 나쁜 얼룩을 만들기도 하고 이끼가 덮인 늪이 되어 조용하게 우리를 기다리기도 한다. 물은 평온하게 썩어가다가도 때로는 그 밑에 가라 앉은 두려운 기억들을 떠올려 보내서 절망을 만든다. 나를 질식시키고도 태연하게 고여있을 물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적인 것 같다. 읽다보면 주위가 어느새습기로 가득찬 듯한 느낌이 든다. 장마철에 읽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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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1
포송령 지음, 김혜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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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권으로 된 요재지이를 읽고 감탄을 한 적이 있어서 6권짜리 완역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 사게 되었다. 지금 5권을 읽고 있는 상황에서의 감상은, 이 선물 보따리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련스럽게 한꺼번에 많이 사버린 내 잘못도 있지만, 이야기의 색조랄까 분위기 같은 것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읽다보면 약간 질리는 감이 있다. 그래서 한꺼번에 읽기를 포기하고 자기 전에 서너개씩 읽기로 했다. 욕심을 부리지만 않으면 정말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 단, 자기 전에 읽으면 안타까운 꿈을 꾸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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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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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머릿속으로 스토리만을 되살려 보면, 의외로 액션성이 많이 들어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클라이액스 부분 같은 경우,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공포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 군데군데 나오는 엄청나게 잔인한 묘사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오히려 책을 덮은 뒤에까지 끈질기게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는 끈끈한 불쾌감은 소설 속에 나오는 '검은 집' 때문인 듯하다. 때와 오물이 달라붙어 타르 같이 무거운 검은 빛을 띠는,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은 이 집의 이미지는 비인간적인 살인마의 내면과 일치한다.

이것은 공감하기 때문에 느끼는 공포가 아니다. 오히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기분 나쁜 수렵자에 대하여 사냥감이 느끼는 공포에 가깝다. 그런 존재들이 나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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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1
유키무라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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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는 근미래 SF만화-특히 우주와 관련해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어느새 SF라면 사이버 스페이스, 정체성의 혼란 등 음울하고 철학적인 주제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어버렸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누가 뭐래도 SF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됐던 건, 어렸을 때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언젠가 별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햇던 그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 만화는 그 진공의 칠흑 속에서 살아가는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주에 가겠다는 꿈을 이룬 후 사람들은 다시 어떻게 살면서 어떤 꿈을 꾸는가. 설득력 있는 설정과 내용에 어울리는 하드한 그림체, 적당한 거리감, 색이 분명한 스토리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그림만으로도 별 4개감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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