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2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감하다. <개미>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독자로서, 그의 신작들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은 들여다보고 있지만, 점점 정이 떨어진다. 상상력이나 주제의식은 <개미>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간게 없는데, 이상한 잡탕신비주의와 오리엔탈리즘만 점점 거창해진다.  아직 1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인 <신>은 그 절정이 될 듯하다.

 이 작가는 자기가 닿지 못한 경지를 묘사하면서 그걸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려버리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정신적 성장? 그런 거 없다. 주인공들은 영계탐사에, 천사에, 이제는 예비'신'까지 되었지만, 하는 짓은 지상에서 버벅대며 살 때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그저 매번 등장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신비주의적 체험과 벅찬 감동이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이 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삽질하는 꼴도 보기 힘들다. 도달할 결과는 작가의 수준에서 뻔히 정해져 있는데, 그 과정을 뭔가 있어보이게 하려고 잔뜩 포장하니, 등장인물들은 저능아처럼 보일 수밖에.

 중간중간에, 정말 뜬금 없이 튀어나오는 한국에 대한 찬양은 또 뭔가? 순간 무슨 도덕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자기를 알아봐준 한국 독자들에 대한 팬 서비스인가?

 <빠삐용>에서도 그러더니, 아예 신화를 자기 수준에서 조잡하게 재해석하는 데에 재미를 들였나본데, 제발 자기가 감당 못할 이야기는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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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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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리쿠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작품 속에서는 당연하다고 넘어가는 것들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확실히 작가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듯하다.

제1장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간만에 온다리쿠의 전매특허인 '태양 같고 달 같은 소녀들'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근데 잘 나가다가 결말에서 또 주인공이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만다. 도대체 어떻게 거기서 그걸...

제2장 <이즈모야상곡>...전반적으로 분위기나 묘사나 모두 맘에 들었지만... 역시 또 결정적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기원에 대한 설명에서 기대를 크게 배신하고 말았다...호기심을 잔뜩 자극해놓고는 실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니. 무슨 티저마케팅도 아니고.

제3장<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나왔다. '태양 같고 달같은 소녀들' 거기에 알고보면 따뜻한 냉미남 하나 추가요. 지겹다.

제4장<회전목마>... 온다리쿠의 자의식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온다리쿠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 평이 좋길래 혹시나 하고 읽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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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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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솔직히 좀 실망이 컸다. 현실성이니 이런 걸 떠나서(물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좀더 본질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분명히 이야기로서는 재미가 있지만, '추리소설'로서, 특히나 처음부터 끝까지1인칭 시점인 추리소설로서 평가하자면 글쎄...

넓게 보면 서술트릭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좀 도를 넘어섰다는 기분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일단 독자에게도 같은 정도의 객관적 정보를 주면서 긴장감을 유지해 나가는게 기본일텐데, 여기서는 분명히 긴박하게 사건이 진행되지만 다 읽고 나니 좀 짜증이 났다. 주인공인 탐정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었는데, 혼자서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놀아난 느낌이랄까...

 속고 나서도 감탄을 하게 되는 트릭이나 서술이 있는데, 이번엔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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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프로젝트 -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유광수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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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스토리도 괜찮고 막판 반전도 괜찮았지만...

 일단 등장인물 중 한 명뿐만이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70년대 스타일'이 좀 불편하고,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자주인공들이 좀 생뚱맞다.

 그리고 무게중심이랄까 강약의 조절이 아직 좀...

정말정말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따로 있지만 스포일러와 관련되므로 함구.

 이 모든 불평거리들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국판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다. 역시 작가의 처녀작이란 걸 감안한다면...다음 작품을 기대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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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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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 작품에서 절정의 경지를 보여주고, 그 외에는 다 고만고만한 범작 내지 졸작 밖에 양산해내지 못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참 많다. 내가 볼 때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 중 하나이면서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시에 정말 희한하게도 계속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소설 <개미>는 정말 열광하면서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후속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나오자마자 읽었다.

 그렇지만 그 뒤로는 나오는 것마다 점점... 상상력의 깊이는 얕아지고 그 공백을 자기 머리 속에서 만들어낸 이상한 신비주의와 오리엔탈리즘 비슷한 걸로 때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솔직히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쓰는 작가는 널리고널렸는데, 이름값 때문에 잘나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는 신간이 나와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이 책 <파피용>도 뭐 전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개미> 이후 이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들과 대동소이하니 따로 언급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지만, 굳이 피식 웃었던 부분을 들자면,

 열광적으로 거대우주선을 만들어가는 부분.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14만4천명이 타고갈 우주선을 만드는데, 그 최종형태는 80년대 초부터 있었던 '스페이스콜로니' 구상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 당시 '국민학교' 교실 뒤 게시판에도 자주 붙어있었던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 팀에 모였다는 수많은 천재들, 지나치게 천재들이어서 과거로부터는 뭔가 배울만한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기껏 30년전 아이디어 재탕하는 과정을 너무 열띄게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작가는 정말 '스페이스콜로니'라는 존재를 전혀 모르고  이 작품을 쓴걸까? 

 마지막에 '난청'이라는 기막힌 설정 (내지는 신화적인 회귀 운명?)에 의해 이뤄지는 어설픈 이름 끼워맞추기...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창작 SF동인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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