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
수지 K 퀸 지음, 홍선영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9월
평점 :
먼저 크게 웃고 갈게요~
이미 군대를 다녀온 자의 여유라고 해야겠네요.
남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가 군대라면 여자들에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살림, 또...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은 엄마가 된 로맨틱 코미디 작가가 세상에 폭로하는 33가지 거짓말을 담은 책이에요.
한 마디로 현실 육아의 끝판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경고 문구를 하나 넣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로맨틱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보지 마시오!"
결혼은 현실이에요. 특히 여자의 경우는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매우 극한 현실의 맛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이보다 더 솔직할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미 똑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는 특별한 책이 될 것 같네요. 이건 마치 전우애?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자에게서, 오직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느끼게 되는 격한 공감들이 자연스럽게 친밀감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책이 결코 출산과 육아를 공포로 몰고가는 내용은 아니라는 거예요.
엄마가 된다는 건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냥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는 거예요.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있어야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여자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평생 엄마의 삶을 살아야 해요. 저자의 육아 경험담은 세상에서 떠드는 멋진 말들과는 달리, 지독하게 힘들었던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엄마의 삶이 이토록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엄마로서 살고 있다면 그 삶이 고통뿐 아니라 기쁨도 함께 줬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네, 진심으로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다만 그 기쁨은 수많은 고통을 견뎌낸 후에 온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거짓말이 모성 본능인데, 완전 공감했어요. 여자라고 해서 저절로 모성 본능이 샘솟는 게 아니라는 것. 아니, 모성 본능은 틀린 말이에요.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점점 쌓여가는 사랑이더라고요. 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어마어마한 경험들을 하게 해준 아이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커져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책의 핵심은 맨 마지막 문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로 살면서 힘든 건 맞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거예요.
"아이들을 키우며 5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부모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 이 삶은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373p)
거짓말 1
: 모성 본능만 따르면 된다
... 나는 암흑 속에서 울고 또 우는 갓난아기를 어르고 달랬다.
가슴속에선느 박쥐들이 날아다녔다. 아무리 얼러도 소용없었다.
불안으로 가득 찬 황망한 눈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엄마는 아이를 제대로 달랠 수 없었다.
찬 겨울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이러다 내 정신부터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저녁 9시 이후로 다섯 번 깼다. 렉시는 잠을 통 자려하지 않았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 나는 극한의 스트레스에 진이 다 빠져서 공포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이 수면 부족으로 죽을 수도 있나? 생각하다 보니 가슴속 박쥐들이 더욱 거세게 날갯짓을 했다.
확신하건대 특수부대 요원들도 나만큼 괴롭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 그만둔다고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왜 그만둘 수 없는 거지? 내 모성 본능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이가 있기 전에 나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 책임이 막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내 자신이 진정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 한없이 길고 어둡던 크리스마스 아침, 한 가지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분명해졌다. 나는 결코 진정한 어른이 아니었다.
어른은 단순히 피곤하다는 이유로 울지 않는다.
... 이 이야기는 내 변화 과정을 다룬 실화다. 자유분방했던 20대가 횡설수설하는 폐인이 되고 숱한 고난을 겪은 뒤 진정으로,
진심으로 행복한 부모가 되는 과정이 그대로 담겼다.
그간의 내 삶은 롤로코스터 같았다.
... 벨트를 단단히 매라. 평탄치는 않을 테니까. (11-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