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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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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곧 명상이 되는 시간.

<마음챙김의 시>를 읽으면서 흙탕물 같았던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았어요.

마음이라는 게 비워내겠다고 비울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늘 어딘가 찜찜한 구석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어요.

왜 내 마음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나, 답답해 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알고 있어요. 흙탕물 같은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는 없다는 걸. 

그저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리면 맑은 물이 보인다는 걸.

뒤죽박죽 섞여서 혼탁해지면, 그때는 마음을 챙겨야 할 시간이라는 걸.


류시화 시인이 엮어낸 시집이라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펼치게 된 책이에요.

언제 어떤 책으로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류시화 시인이 쓰거나 엮은 책은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된 것 같아요.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 아름다운 시들을 모았다고 해서 좋은 시집이 되지는 않는다.

진실한 깨달음이 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새롭게 소개하는 마음챙김의 시들. 

삶의 무늬를 담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 책 앞날개... 류시화


오랜만에 친구의 편지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잘 지내니?"

이 말 한 마디만으로 위로가 되는 친구.

"그래, 잘 지내려고 애쓰고 있어. 너는 어때?"


이 책 속에도 그런 시가 있어요. 

문학 강의를 하던 교수 골웨이 키넬은 실연의 상처로 자살을 하겠다며 찾아온 제자에게 시를 써주었고, 이 시를 읽고 난 여학생은 마음을 돌렸대요. 

시의 제목은 <기다려라>예요. 

제자가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 무작정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교수는 한 편의 시로 제자의 마음을 일깨워주었어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내게는 무명의 멕시코 복화술사 조니 웰치가 쓴 <꼭두각시 인형의 고백>이 마음을 깨웠어요.

처음에 이 시는 『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병상에서 쓴 최후의 시로 신문에 게재되었으나 조니 웰치가 자신의 조수인 꼭두각시 인형을 위해 쓴 시라는 것이 밝혀졌대요. 누가 썼다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얼마나 강렬한 마음의 울림을 주느냐, 그것이 시를 빛나게 하는 것이므로.


"... 아이들에게는 날개를 주리라. 

하지만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인들에게는 일깨워 주리라. 

죽음은 노년과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망각과 더불어 온다는 것을. ..."   (30p)


마지막 연에서 꼭두각시가 남긴 말이 경종을 울리네요.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걸 이야기해도 결국에는 쓸모 없어질 거라고.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여행가방 안에 집어넣으면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니까. 아무리 유익한 말들도 깨달음 없이는 한낱 소음이 되고 말아요.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깨달음을 준다면 그 문장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줄 거예요.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도록.

어쩌면 자신의 날개를 찾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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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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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들을 끔찍히도 사랑한 죄.

한 남자를 끔찍하게 사랑한 죄.

<걸프렌드>에 등장하는 두 여자는 한 남자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요.

엄마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여자친구.

과연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와, 뭔가 숨죽이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어요. 읽는 내내 두 여자 사이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신경전 때문에 덩달아 신경이 곤두섰던 것 같아요.

결말에 이르러서야 휴우~ 긴 숨을 내쉬었어요. 드디어 끝났구나.

그리고 프롤로그를 다시 읽었어요. 처음에는 뭔지 몰랐던 것들이 선명하게 이해가 되었어요. 진실을 모르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에요. 사실이 모든 진실을 설명해줄 수는 없다는 걸, 이 소설은 반전을 통해 알려주네요. 돌이킬 수 없는 사실들이 존재해요. 앞서 언급한 두 여자의 죄.


프롤로그

3월 2일 월요일


난 내 아들을 사랑해. 중요한 건 그것뿐이다. 이제 곧 악랄한 짓을 저지를 참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졌다. 황폐했던 지난 몇 달을 가르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로라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몇 시간을 고심했지만, 마침내 결심이 섰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7p)


애정 없는 남편과 살면서 하나뿐인 아들에게 올인하는 엄마.

똑똑하지만 가난한 탓에 미래가 암울한 여자.

너무나 안타깝고 불행한 이야기예요. 두 여자는 자신의 결핍을 한 남자를 통해 채우려고 했어요. 그게 비극의 시초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스스로 얻어내야지, 남의 것을 뺏어오면 안 되지요. 그건 기생충.

그러나 두 여자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는 있어요.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공감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사랑은 집착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건 뒤틀린 사랑이에요.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는 거예요. 

사랑은 무엇인가. 딱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두 여자의 사랑이 잘못되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어요.


<걸프렌드>는 뻔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겉으로 봐서는 속마음을 알 수 없어요. 그러나 마음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는 것 같아요. 깜쪽같이 속인 것 같아도, 세상에 완벽한 거짓말은 없나봐요.

이 소설의 관건은 두 여자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일이에요. 그 마음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신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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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 - 팬데믹 시대의 식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임선영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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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음식에 관한 책이에요.

우리 몸을 살리는 식사법과 우리 몸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는 영양 구성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단 음식으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모든 영양소가 충족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별 보며 출근해 별 보며 퇴근하는 일이 잦은 우리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네 번째 장에서는 우리가 생활 패턴, 불균형한 식습관 등의 이유로 미처 섭취하지 못했지만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영양소들을 건강 보조식을 통해 슬기롭게 섭취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만 ‘건강 보조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효과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므로, 식재료 구입만큼 엄선하여 고를 필요가 있다. 그 방법 또한 4장에 담겨 있다.

음식 문화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코 예전의 테이블로 돌아갈 수 없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건강 보조 식품을 챙기는 일, 즉 잘 먹고 잘 소화하여 잘 내보내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침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이를 모두 제대로 실천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지금은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건강 상식들을 실제로 삶에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바이러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예고편에 불과하다. 바이러스의 마수가 뻗쳐 와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자기 몸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는 팬데믹 시대와 뉴 노멀 시대에 발맞춰 우리가 우리의 몸과 건강에 깊숙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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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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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도 있지만, 스스로 애써 알려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더군요.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이산하 시인의 에세이예요.

시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은 시인이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새삼 시인은 세상의 아픔을 대신 아파해주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어쩌면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도 착각일지도 모르겠네요. 겨우 책을 통해 아는 것을 진짜 안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를 아름다운 여행지로만 알고 있지만 그 제주에는 피비린내나는 슬프고 비극적인 역사가 있었어요.

저 역시 4·3 항쟁을 역사적 사실로는 알고 있지만 그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시인은 시가 아닌 에세이를 통해서 이 사회의 현실과 개개인의 상처뿐 아니라 역사적 아픔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삶이 아픔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물지 않을 아픔에 대해서.

그러나 무겁고 침울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잔잔하게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몸이 아프면 약을 먹을 텐데, 마음이 아픈 건 약이 없는 것 같아요.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처 입은 마음이 들여다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상처 입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처들이 생기곤 하잖아요. 어쩌면 그런 경험들이 스스로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옳은 것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으려고 피하는, 중심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삶. 그래서 나이는 들었지만 어른이 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여전히 아둥바둥,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꼈네요. 시인은 그저 이야기를 들려줄 뿐인데, 괜시리 뭔가 가슴을 콕콕 찔러대네요. 어떤 삶을 살았던가...

시인이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대사를 통해 그 생각을 전해주는 것 같았어요. 나즈막한 읊조림이 가슴 깊숙히 들어오네요.


"우리 사람 되는 거 힘들어. 힘들지만 우리, 괴물은 되지 말고 살자."  (289p)



"4·3 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도 있었습니다.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

    - '제주 4·3 70주년'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중에서   (176p)


'이산하 시인'이라는 말은 내가 1987년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구속된 이후부터 석방되고 나서까지 '극좌파 시인' '빨치산 시인' '빨갱이 시인'으로 낙인찍혀

4·3 만큼이나 좌우 모두 기피하던 금기의 이름이 되었다. 몸은 감옥에서 석방되었지만 세상 속 내 이름은 여전히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창살 없는 감옥이자 마음의 감옥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 그 세월이 30년이었다. 

... 4·3 항쟁 70주년을 맞아 《한라산》 개정판을 냈다. 시집 후기에도 썼듯이 '내 젊은 날의 비명이자 통곡'이었던 시를 30년 뒤에 하나씩 천천히 쓰다듬으며 다듬었는데

그 과정이 마치 유골 발굴 현장에서 흩어진 뼈를 주워 하나씩 맞춰가는 것처럼 가슴이 떨렸다.

... 비록 유배는 풀렸지만 늘 진실만 말해야 한다는 멍에가 여전히 내 목에 걸려 있는 한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그 베인 자리가 아물면 내가 다시 벨 것이다. 그러니 내 생은 결코 아물지 않는다. 아물면 죽음이다.


거듭 말하노니

한국현대사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 상주이다.

오늘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

그 아름다운 제주도의 신혼여행지들은 모두

우리가 묵념해야 할 학살의 장소이다.

그곳에 뜬 별들은 여전히 눈부시고

그곳에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별들과 꽃들은

모두 칼날을 물고 잠들어 있다.

   - 이산하 , <서시> , 《한라산》, 노마드북스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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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
수지 K 퀸 지음, 홍선영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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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크게 웃고 갈게요~

이미 군대를 다녀온 자의 여유라고 해야겠네요. 

남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가 군대라면 여자들에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살림, 또...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은 엄마가 된 로맨틱 코미디 작가가 세상에 폭로하는 33가지 거짓말을 담은 책이에요.

한 마디로 현실 육아의 끝판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경고 문구를 하나 넣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로맨틱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보지 마시오!"

결혼은 현실이에요. 특히 여자의 경우는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매우 극한 현실의 맛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이보다 더 솔직할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미 똑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는 특별한 책이 될 것 같네요. 이건 마치 전우애?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자에게서, 오직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느끼게 되는 격한 공감들이 자연스럽게 친밀감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책이 결코 출산과 육아를 공포로 몰고가는 내용은 아니라는 거예요.

엄마가 된다는 건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냥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는 거예요.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있어야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여자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평생 엄마의 삶을 살아야 해요. 저자의 육아 경험담은 세상에서 떠드는 멋진 말들과는 달리, 지독하게 힘들었던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엄마의 삶이 이토록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엄마로서 살고 있다면 그 삶이 고통뿐 아니라 기쁨도 함께 줬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네, 진심으로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다만 그 기쁨은 수많은 고통을 견뎌낸 후에 온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거짓말이 모성 본능인데, 완전 공감했어요. 여자라고 해서 저절로 모성 본능이 샘솟는 게 아니라는 것. 아니, 모성 본능은 틀린 말이에요.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점점 쌓여가는 사랑이더라고요. 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어마어마한 경험들을 하게 해준 아이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커져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책의 핵심은 맨 마지막 문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로 살면서 힘든 건 맞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거예요. 


"아이들을 키우며 5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부모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 이 삶은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373p)




거짓말 1

 : 모성 본능만 따르면 된다


... 나는 암흑 속에서 울고 또 우는 갓난아기를 어르고 달랬다.

가슴속에선느 박쥐들이 날아다녔다. 아무리 얼러도 소용없었다. 

불안으로 가득 찬 황망한 눈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엄마는 아이를 제대로 달랠 수 없었다.

찬 겨울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이러다 내 정신부터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저녁 9시 이후로 다섯 번 깼다. 렉시는 잠을 통 자려하지 않았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 나는 극한의 스트레스에 진이 다 빠져서 공포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이 수면 부족으로 죽을 수도 있나? 생각하다 보니 가슴속 박쥐들이 더욱 거세게 날갯짓을 했다.

확신하건대 특수부대 요원들도 나만큼 괴롭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 그만둔다고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왜 그만둘 수 없는 거지? 내 모성 본능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이가 있기 전에 나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 책임이 막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내 자신이 진정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 한없이 길고 어둡던 크리스마스 아침, 한 가지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분명해졌다. 나는 결코 진정한 어른이 아니었다.

어른은 단순히 피곤하다는 이유로 울지 않는다.   

... 이 이야기는 내 변화 과정을 다룬 실화다. 자유분방했던 20대가 횡설수설하는 폐인이 되고 숱한 고난을 겪은 뒤 진정으로,

진심으로 행복한 부모가 되는 과정이 그대로 담겼다. 

그간의 내 삶은 롤로코스터 같았다. 

... 벨트를 단단히 매라. 평탄치는 않을 테니까.    (1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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