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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시 ㅣ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윤동주 외 지음 / 마음시선 / 2024년 11월
평점 :
마음을 다한다는 말, 그게 진짜 감동이더라고요.
무엇을 하든지, 누구를 대하든지 항상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종종 바쁘다는 이유로 그 마음을 놓칠 때가 많아진 것 같아요.
처음엔 마음을 챙기려고 필사를 시작했고, 매일 쓰다 보니 소중한 일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어요.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할 때의 기쁨이 있고, 노트에 적어내려갈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최근에는 시집을 많이 읽고 있어요. 어렵게 느껴지던 시가 어느새 마음에 와닿아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네요. 시를 좋아하게 되다니, 시와 마음이 통한 걸까요. 이 좋은 걸 나만 하긴 아까워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한국의 아름다운 시》는 한국의 대표 시인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김영랑, 이육사, 이상의 시들을 읽고 마음을 다해 쓰는, 나만의 필사책이네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곱 명의 시인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고, 대표적인 시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 시를 직접 써볼 일은 많지 않을 거예요.
시를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내어 낭독하는 것, 그리고 손으로 써보는 것은 모두 해봐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요.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내듯이, 시는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을 골라서 시를 읽고 쓸 때가 좋더라고요.
이 책은 마음을 다해 아름다운 한국의 시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정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네요.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짙은 녹색 잉크로 인쇄된 시와 전통문양으로 꾸며진 노트의 여백이 멋스럽고, 실로 꿰매 책을 엮는 사철제본 방식이라서 완전히 펼쳐지는 것이 읽고 쓰기에도 편리하네요. 시를 읽으면서 빈 여백을 나만의 손글씨로 채워가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시로 가득찬 느낌이 들어요. 세상에 한국시 모음집은 많지만 그 시를 오래 음미하며 직접 쓴 필사 시집은 이 한 권뿐이니까 더 소중하네요.
김소월 시인의 <가을 저녁에>,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44p)를 읽고 쓰면서 서럽게 우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네요. 제법 서늘해진 가을 저녁에, 아름다운 시를 필사하며 따뜻했네요.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들'은 시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용운 시인의 <사랑하는 까닭>이라는 시에 관한 질문은 다음과 같아요. "시인은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할 때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여러분을 기쁘게 하나요?" (194p)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행복해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