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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 시야를 열어주는 휴머니즘의 대답들
앤드루 콥슨 지음, 허성심 옮김 / 현암사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울렁증을 느끼네요.
시끄러운 소음 속에 갇혀서 진짜 들어야 할 내용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듯 답답했네요.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제목을 봤을 때, 헤매고 있던 길에서 이정표를 찾은 느낌이었어요. 세상과 삶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서른한 명의 지식인들에게 답을 들을 수 있는 책,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는 전업 인본주의 활동가이자 작가, 영국 인본주의 협회 Humanists UK의 최고 책임자, 국제 인본주의 및 윤리 연합 Humanists International 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앤드루 콥슨의 책이에요. 이 책은 저자는 팟캐스트 <나는 이렇게 믿는다 What I Believe>를 진행하며 만난 인본주의자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리한 대담집으로,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대담자들은 모두 인본주의자라서 대부분 공통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인본주의적 신념에 이르게 된 경로가 다르고, 직업군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만날 수 있어요. 이성, 과학 그리고 진리에 관하여, 사랑, 존중 그리고 공감에 관하여, 자유, 평등 그리고 정의에 관하여, 라는 주제만 보더라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의 모든 가치를 다룬다고 볼 수 있어요. 전적으로 그들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아도 충분히 수용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네요. 세상의 이치를 해석하고 명확하게 이해하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값진 답변들이 많았네요. 나이들수록 호기심과 열정이 줄어든다는 건 편견인 것 같아요.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나면 점점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이란 개인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우리로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네요. 결국 개인의 좋은 삶이란 좋은 사회적 환경이 갖춰진 좋은 국가에서 가능한 일이네요. 기후 변화, 세계적 빈곤, 경제적 불평등, 사회 부조리와 같은 문제들은 세계 각국의 사려 깊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동참해야만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 요즘처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현명한 인본주의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휴머니즘, 인본주의의 핵심 철학과 가치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인간답게 살고자 노력해야만 해요.
Q. 선생님께선 인생에서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셨죠. '무엇이 실재하는가'와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인데요. 과학적 방법과 과학적 세계관을 전적으로 따른다고 하셨는데, 그런 의미에서 물질주의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선생님의 답은 무엇입니까?
A. 제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모든 인간 개개인입니다.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아요. 인간은 누구나 매우 명백하게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인간의 삶이 있는 모든 곳에는 세심한 관심을 받아 마땅한 존재가 있습니다. 지금 진행자님과 제가 서로에게 받고 있다고 느끼는 그런 종류의 관심 말이에요. 저에게는 이게 도덕의 근본적인 사실이에요. 사람들은 말로는 쉽게 모든 인간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믿음에 따라 살아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죠. 칸트가 '정언 명령'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덕적 명령 중 하나는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식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윤리는 우리에게 각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정해주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믿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지식에 무언가를 보태고, 사람들의 삶에 지식과 가치를 더하는 거예요. 인간으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Q. 저를 포함해서 모든 인본주의자가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할 때 어떻게 하십니까?
조금 전에 자신이 관심받고 싶듯이 타인에게도 관심을 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인가요? 그런 논리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꽤 급진적인 이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추가로 내세울 다른 이유나 의견이 더 있으신가요?
A. 그게 바로 인본주의의 핵심 아니겠습니까?
Q.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주장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느냐고 자주 묻습니다.
A. 어떤 주장을 옹호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삶을 일관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신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신념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서 다른 함의를 지니게 되죠. 일종의 방어 논리예요. 예를 들어 우리는 자연법칙이 내일도 계속 그대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그냥 믿어야만 하죠. 그렇지 않으면 삶을 일관되게 살아갈 수가 없어요. 중력이 지금까지 항상 작용해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작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면서, "그럼 이 절벽에서 뛰어내려도 괜찮겠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래가 과거와 같으리라는 건 증명할 수 없지만, 일관되게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믿음을 따라야 합니다. 논리도 마찬가지죠. 그렇지 않나요?
Q. 우리가 지금까지 인간이라고 말해왔지만, 선생님이나 저나 둘 다 고통받는 동물들도 포함해서 이야기하고 있죠.
A. 맞습니다. 정확히 그래요.
Q.사실 이 주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이야기해본 건 처음인데요. 선생님의 생각이 정말 궁금합니다.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해왔어요. '인본주의'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는 종종 인간 중심적인 개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인본주의적 신념은 도덕적 관심의 범위를 인간을 넘어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요. 우리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고민해보면, 그 개념 안에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복잡한 특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레미 벤담, 피터 싱어를 비롯해 동물의 고통에 주목해온 철학자들이 모두 인본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지요!
A.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_ 리베카 골드스타인 <지식 그리고 중요한 것들> 2020년 6월 (63-6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