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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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때 읽었던 <데미안>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었을 때, 뭔가 달랐어요.

뭐지, 왜 그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올라오는 거지... 참으로 신기했어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읽는다'라는 표현보다는 읽는 사람이 '익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어요. 여전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아요.

《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편 》는 고전 문학의 문장을 엮은 코너스톤 필사 시리즈로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을 엄선한 필사책이에요.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남긴 세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의 문장들을 하루 한 장씩 읽고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차분한 민트색 바탕에 은빛으로 적혀 있는 'Hermann Hesse' 표지가 고급스러운 양장본이라서 나만의 필사책으로 소장하기에 제격이네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시금 작품 속 문장들을 통해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이라는 부제처럼, 헤세의 나를 찾는 여정을 함께 하는 특별한 책이네요.

Day 1 부터 Day 120 까지, 하루 한 문장, 매일 꾸준히 필사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짧은 문장이라서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어요.

"한스는 작은 방으로 들어와 오래도록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주인인 방, 작지만 누구의 방해도 없는 자신만의 방은 한스가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받은 유일한 축복이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22쪽 중에서 (18p) 를 읽으면서 '자신이 주인인 방'이라는 부분에 밑줄을 그었네요.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방이 가진 의미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네요. 소년 한스의 억눌린 마음이 잠시나마 해소되는 자신만의 방, 그리하여 축복의 방이 되었네요. 필사를 하면서 얻게 된 즐거움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홀로 고요히 앉아 헤세의 문장을 읽고 쓰면서 생각하고 있노라면 내면이 풍요롭게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랄까요.

"수년간 계속 찾아 헤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아무 목표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설령 목표를 이루었다 해도 그것은 사악하고 위험하며 끔찍한 일일 수도 있었다.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120쪽 중에서 (152p) 이 문장은 읽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콕콕 찔린 듯 아프네요. 하지만 N번째 인생을 읽는다는 심정으로 정신을 차리게 되는 대목이기도 해요.

"당신은 해냈나요? 당신은 평안을 찾았나요?" <싯다르타> 139쪽 중에서 (238p) 라는 문장은 싯다르타를 향한 질문이지만 우리 자신에게 묻는 말이기도 하네요. 해탈의 경지는 모르겠고, 이번 생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마음의 평화라는 점에서 와닿는 문장이네요. 적어도 필사하는 순간에는 평안했네요. 자신을 위해서 《하루 필사》를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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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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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언제나 만남의 장소가 되었던 동네 서점이 있었죠.

이 책을 읽다가 그때 그 서점과 함께 했던 시간이 되살아나면서 그립더라고요. 주변에 작은 책방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 책을 고르다 보니 잊고 있었어요. 아직도 가볼 만한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어쩌면 이 책은 숨겨진 보물 지도인지도 모르겠네요.

《서점을 그리다》는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스무 명의 그림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서점 한 곳을 골라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에요.

첫 장에 서점이 표시된 그림 지도가 나와 있어요. "나만의 서점 지도를 만들어 주세요. 서점에 들른다면, 서점 이름 옆에 스탬프를 남겨 주세요. 나만의 소중한 서점 여행 기록이 될 거예요." (7p) 동네책방 스탬프 투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서점을 골라도 좋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정해 서점 나들이를 떠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예쁜 그림으로 만나는 동네 서점들이라서 마음이 뭔가 더 몽글몽글해지네요. 기믕서 작가님의 '셰입오브타임', 고래하 작가님의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소금이 작가님의 '책보냥', 노리다락 작가님의 '다다르다', 욘욘 작가님의 '경기서적', 곤 작가님의 '유림서적', 나예 작가님의 '책방 고즈넉', 버드얀 작가님의 '잠실 교보문고', 도담 작가님의 '책방주의', 감밤 작가님의 '회전문서재', 치유 작가님의 '홀로상점', 땡란 작가님의 '단비책방', 진킴 작가님의 '소설가의 오후', 차현 작가님의 '책방 무사', 야온 작가님의 '브로콜리숲', 임림 작가님의 '이후북스', 무니 작가님의 '숭문당', 이민경 작가님의 '봄날의책방', 포노멀 작가님의 '초소책방', 조세린 조 작가님의 '시티라이츠'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어서 그 마음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QR코드로 네이버 지도 앱과 서점 정보를 제공하고 있네요.

집에서 슬리퍼 신고 슬슬 산책하다가 들르는 것이 동네 서점만의 장점인데 여기 소개된 서점들은 만나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오히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데이트 같기도 해요. 아름다운 동네 서점들을 알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네요. 서점은 단순히 책을 고르고 사는 곳만이 아니라 낭만과 추억을 만드는 곳이자 삶의 휴식을 주는 행운의 장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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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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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작품 속 만남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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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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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너무 늦어버렸네, 뭔지 기억나진 않지만 혼자 지각했다는 사실만 생각나는 꿈을 꿨어요.

연이틀, 이렇게 연달아 꿈을 꾼 건 너무 오랜만이라, 대부분은 꿈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푹 자는 편인데 이번에는 꿈을 꿨다는 사실이 기억나면서 영 기분이 별로인 걸 보면, 뒤숭숭한 꿈, 일명 개꿈을 꾼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냥 잠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감정이 상했다는 게 우습더라고요. 진짜 나쁜 일이 일어난 건 아니니까, 어찌보면 꿈이라서 다행인 거죠. 더군다나 열심히 쥐어짜봐도 도통 기억나지 않으니 여기서 끝, 중요한 건 의식하지 못했던 내면을 잘 살펴보는 일인 것 같아요. 심리 치료에서는 내담자의 꿈 이야기를 상담 재료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분석학자인 가와이 도시오는 꿈과 무의식, 내러티브를 통한 치유, 문화와 정신의학의 접점을 탐구해왔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부터 작품들을 꿈 텍스트로 분석해왔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일인칭 단수》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만남의 본질을 고찰하는 책이 나왔네요.

《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는 정신분석학자가 바라본 하루키 작품 속 '만남'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에 실린 각 단편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하루키의 초기작부터 대표적인 작품들까지 그 안에 나타난 만남에 주목하여 내재적으로 살펴보고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탐독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듯 세밀하게 분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특히 '만남'을 모티브로 하여 작품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특별하게 느껴졌네요.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만남은 필연적인 사건인데 하루키의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수수께끼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더 깊은 곳까지 끌고가고 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그와 같은 경험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도, 작중 화자와 인물들에게 몰입하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 때로는 달갑지 않은 만남이지만 그 덕분에 얻는 것도 있어요. 하루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일인칭 단수》에 대해 "'나는 아니지만, 내가 이랬을 수도 있는' 일인칭 관점을 지닌 인물들이 주인공" (239p)이라고 밝혔다는데, 심리 치료사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교본을 발견한 셈이네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숨겨진 심리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요.

1985년 작 단편 <빵가게 재습격>은 "빵가게 습격 이야기를 아내에게 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나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가 하는 논의가 짤막하게 이어지고, 몇 줄 뒤 "나는 뭐가 어찌 됐든 간에 아내에게 빵가게 습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는 화자가 빵가게 습격에 관한 이야기를 해 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강조되어 있다. 어떤 사건은 이야기함으로써 비로소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실이 되지 않는다. 심리 치료에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와의 만남과 관계의 질이다. 요컨대 이야기하는 상대와 진정으로 만나고 있지 않으면, 혹은 상대와 충분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1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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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인생 게임 2 - 모르면 두고두고 손해 보는 초등 금융·경제 수업 열세 살 인생 게임 2
김지환 지음, 최현주 그림 / 리틀에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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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공부인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질 않네요.

그게 뭐냐고요? 바로 그 내용은, 《열세 살 인생 게임 2》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모르면 두고두고 손해 보는 초등 금융 · 경제 수업'으로, 수상한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다양한 실험과 게임을 통해 행복한 노후를 위한 안전한 투자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먼저 담임 선생님의 소개가 있는데, 엄청난 행동력과 추진력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인생 게임'을 만든 장본인이에요. 제가 어릴 때에는 '인생 게임'이라는 보드게임으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게임의 승자는 모두가 은퇴했을 때 가장 부자인 사람이었네요. 솔직히 그때는 게임에만 몰입해서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하는 데에 써먹지는 못했네요. 근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제 공부가 이것이구나!'라는 걸 느꼈네요.

'인생 게임'의 참가자는 돈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강호, 엄친아라서 매사에 적극저인 동현,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조곤조곤 할 말은 다하는 현지, 쾌할하고 해맑은 성격으로 1등인 나은, 기분파 스타일이라 돈 쓰는 걸 좋아하는 지후, 하나에 꽂히면 돌진하는 경주마 스타일 민서가 있어요. 1권을 읽었다면 이미 인생 게임으로 전반전을 겪어봤을 텐데, 군 입대와 대학교 입학, 결혼, 주식 투자처럼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졌고, 나이는 스물여덟 살이 되었네요. 2권에서는 인생 후반전을 살아볼 차례예요. 서른세 살이 된 친구들이 이번 인생 후반전에서는 국민연금 가입, 투자 전략 공부, 집 구하기, 노후 준비와 은퇴라는 경험을 통해 경제와 금융 원리를 배우고, 자신이 내린 경제적 선택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여정이네요. 인생 게임으로 미리 연습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수업이었네요. 보드게임에서는 마지막에 돈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승자였지만 열세 살 인생 게임에서는 경제적인 부의 중요성뿐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어요. 진짜 인생의 승자는 바로 나,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오직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나라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현명한 관리자로서 멋지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훌륭한 인생 수업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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