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아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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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주 오래된 물건에는 혼이 깃들기도 한다는 미신이 있죠.

믿거나 말거나지만 골동품과 관련된 기이한 사연을 듣다 보면 오싹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기이한 골동품 상점》은 허아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네요.

수상쩍은 골동품을 파는 가게의 주인과 손님들이 나누는 기이한 골동품들의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롭던지, 진짜 실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되네요. 처음 이 가게를 찾게 된 '나'에게도 오컬트, 골동품에 빠지게 된 사연이 있어요. 아내가 집을 나가고, 아내와 아내의 물건들이 사라진 빈 자리를 견디지 못해 골동품으로 채우게 되었고, 모으다 보니 희귀하고 신기한 것들의 세계에 점차 매료된 거예요. 골동품점을 소개해 준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요. "거기서 파는 건 죄다 수상쩍은 것들뿐이야. 특히 길한 물건일수록 불길하기 짝이 없지." (14p) 이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런 곳을 찾아가야 하나, 아예 고개를 돌려버릴 텐데, '나'는 지나치질 못한 거예요. 미끼를 물었다고 해야 할까요. 골동품점 주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너무 오래 보시면 안 됩니다. 사랑에 홀려버리니까요." (28p) 라고요. 사랑에 홀리다니, 물건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도 과한데, 거기에 홀린다는 말은 너무 찜찜하더라니, 역시나 다 이유가 있었네요.

탯줄이 담긴 태항아리, 축복을 빌수록 저주하는 놋그릇, 거짓으로 승천하는 돈저냐, 모든 곳을 가리키는 방울 팔주령, 사지를 버리며 나아가는 제웅 짚으로 만든 인형, 꼭대기에 해골 하나가 씌워져 있는 사람 키 정도 길이의 쇠막대, 홀로 기다리는 먹, 왕을 피우는 씨앗, 끝없이 사랑하는 비녀까지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소름이 쫙 끼치네요. 하필이면 사연들이 모두 하나의 주제를 가리키고 있어서, 그건 바로 사랑,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으니 이상하다 못해 섬뜩하네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이던가. 혹시 우리는 집착과 욕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요. 기이한 골동품들이 내는 소리, 어쩜 이리도 삿된 것들에 끌리고 흔들리는 것인지, 그 마음을 돌아보게 하네요.



"사랑이라는 것은 본디 저주에 가깝지요."

"그런······."

"이쯤에, 죽은 아들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이쯤에, 다음 세대의 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

"이쯤에, 딸이 이 사랑을 알게 되길 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아주 덕지덕지 묻어 있지요. 불멸의 사랑이 말입니다."

"그래서, 그 때문입니까. 출가를 결심한 것은······."

"예에."

"업, 아니 그 사랑을 해소하기 위해······ 해소,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쌓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아아."

"그리고 사랑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321-3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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