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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망상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피에르 지음, 엄성수 옮김, 김경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던 생각들이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네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는 우리의 성향은 정신 질환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한 뇌의 정상적인 특성이다." (19p)
《집단 망상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정신과 교수이자 법의학 자문가로 활동하는 조 피에르의 책이에요. 터무니 없는 주장, 새빨간 거짓말을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미친 게 아니라 잘못된 믿음을 학습한 결과였네요. 우리는 지금 잘못된 믿음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거의 글로벌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정상과 정신 질환 사이에는 연속성과 회색 지대가 존재하며, 잘못된 믿음은 그 연속성에서 봐야 하다고 설명해주네요. 정신의학에서 망상은 일반적으로 '고정된 잘못된 믿음'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고정'은 수정 불가능의 의미라고 하네요. 조현병 같은 정신병적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인 망상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위치한다면 그 반대쪽 끝에는 인지 왜곡이 있어요. 인지 왜곡은 정신과에서도 치료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경험할 정도로 흔히 접하는 잘못된 믿음의 한 형태라서, 이 두 가지 현상 모두 연속선상에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질적인 차이와 양적인 차이로 구분할 수 있어요. 병적인 망상과 정상적인 종교적 믿음의 차이를 분석한 저자의 논문을 인용하자면, "망상이란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되거나 대부분의 다른 사람이 믿는 것과 상반되는 믿음이다. 망상은 대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극단적이고 완고한 확신이 수반되며 개인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망상적 사고는(불안처럼) 정상 상태에서부터 병적 상태에 이르는 다양한 범위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정신 질환이나 정신 장애를 뜻하진 않는다. 어떤 망상을 임상적으로 주목해야 하는지는 그 망상이 발생하는 상황 (예를 들어, 특정 장애를 암시하는 다른 증상들과 함께 발생하는지) 및 개인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고통이나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지)에 달려 있다." (31p)라고 하네요. 그러니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망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과 정보가 등장해도 자기 견해를 수정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걸 끝까지 고수하는 것을 중시하면서, '탈진실'의 시대가 되고 있어요. 잘못된 믿음으로 자멸해가는 상황이기에 저자는 잘못된 믿음의 실체가 결국 우리의 뇌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네요. 이 책은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집단 망상의 실체를 규명하고, 탈진실 시대를 위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네요.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야 할 사실은 우리의 뇌와 믿음 그리고 우리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객관적인 자기 인식과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문제가 보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네요.
